離 於 島

                                                                                            최 경 희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어 이어 이어도 하라

 이어하멘 나 눈물난다

 이어 말은 말낭근 가라’

 

애달픈 가락의 이어도 노래다. ‘이어’라는 말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오니 아예 이어라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고 한다.

이어도는 우리 나라 남쪽 끝에 있는 섬, 마라도(馬羅島)에서 서남쪽으로 1백52㎞ 떨어져 있는 암초 섬이다. 영국 상선 소코트라 호가 발견했다고 해서 해도(海圖)에는 소코트라 암초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이어도는 오래 전부터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전설적인 섬이다. 고기잡이하러 바다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은 어부들의 영혼이 쉬고 있는 피안(彼岸)의 섬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들을 기다리다 지친 어머니의 한과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애절한 그리움은 그들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어 근심걱정 없고, 가난과 괴로움도 없는 이어도에서 편히 쉬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며, 혹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대문을 잠그지 않고 끼니 때면 정성껏 주발에 밥을 담아 따뜻한 부뚜막에 올려놓았다.

‘이어 이어 이어도

 이어도 길은 저승문이더냐

 한 번 가니 올 줄 모르는 구나

 이어 이어 이어도호라

 신던 보선에 볼 받아 놓고

 입던 옷에 풀해여 놓아

 애가 타게 기다려도

 다신 올 줄 모르더라

 이어 이어 이어도’

 

기다리다 지치면 애절하게 부르던 민요이다. 돌아오지 않는 남정네를 기다리며 호롱불 밑에서 그가 신었던 버선을 깁고, 그가 입었던 옷을 깨끗이 빨아 풀먹여 다림질해 놓고 언젠가는 돌아와 갈아 입을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아버지를 찾는 어린 것들의 성화를 저 바다 너머 이어도에서 곧 돌아올 것이라며 달랬을 것이다.

맷돌을 돌리고 방아를 찧으면서 부르던 노동요 ‘맷돌노래’에서도 이어도는 빼놓을 수 없다.

 

‘이어 이어 이어도 하라

 날랑은 낳은 어머니

 날랑은 날 무사난고

 가난하고 서난한 집의

 씨덕을 들어와 보난

 하늘 밤의 밀 닷말 가난’

 

한 사람이 앞의 소리를 메기면 여럿이 뒤따라 부르며 고된 노역을 잊고, 흥을 돋게 하여 힘이 나고 공동체 의식을 길렀을 것이다.

이어도라는 환상의 섬이 언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려 시대부터라고 한다. 제주도가 원(元)의 지배하에 있을 때, 해마다 가축과 쇠고기, 그리고 여러 가지 토산물을 공물(貢物)로 바쳤다. 수 척의 큰 배에 공물을 싣고 황해를 횡단할 때 풍랑으로 침몰하여 돌아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항로 중간에 이허도(離虛島)라는 섬이 있어 공물선이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공물선의 선원 우두머리인 강씨(姜氏)도 배와 함께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의 늙은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며 이어도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곡조가 너무나 슬프고 구성져서 같은 처지의 과부들이 공감하여 탄식처럼 부르게 된 것이 오늘로 이어진 것이라 한다.

2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많은 희생자를 냈으며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나의 친구도 그때 총명하고 수려하게 생긴 아들을 잃었다. 결혼식 바로 전날 신부와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갔다가 신부는 남겨두고 참변을 당했다. 만인의 축복을 받으며 혼인 예식을 치를 신랑은 차디 찬 콘크리트더미에 묻혀 처참한 시신으로 누워 있었다.

아침에 웃는 모습으로 나가서 “일찍 들어갈께요.” 하는 짧은 전화가 이 세상에서 어머니에게 하는 마지막 이별의 말이 될 줄은 짐작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

불교신자인 친구는 아들이 먼저 극락에 가 있다고 생각하고, 전생의 업이라며 체념하려 애쓰지만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아 힘들어 한다.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결혼하기 위하여 잠시 귀국했던 터라 억지로라도 미국에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려면 어느 새 목이 메이고 가슴이 아려온다고 한다. 사람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통은 참척(慘慽)을 당하는 것이다.

현실이 괴로울 때면 이상향(理想鄕)을 꿈꾸는 것은 문학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호머의 서사시에는 병도 없고 늙지도 않는 데로스 섬이 있고,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라는 낙원을 그렸다. 허균(許筠)은 홍길동이 율도국이라는 지상의 낙원을 이룩하게 한다.

환상 속에서의 섬, 이어도도 이상향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없으며 이별의 슬픔과 고통이 없고, 힘들이고 일하지 않고도 편히 살 수 있는 곳, 이어도가 그러한 낙원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가상(假想)의 섬 이어도에는 아무도 가 본 사람은 없다. 갔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이야기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썰물 때면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이어도, 그곳에서 남편과 아들이 편안하게 쉬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바다에도 쉼돌이 있다

 산전(山田)에도 의지할 돌담이 있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해양수산부가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세운다 해도 이어도의 환상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혼령들이 쉬고 있는 이어도는 상상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영원한 꿈의 궁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