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후기

수필이 어려운 것은 격(格)이 있어서다. 화를 내거나 슬퍼할 때도 그 격을 지켜야 한다. 너무 뜨겁거나 시끄러워서도 안 된다. 소리를 높이거나 뽐을 내서도 물론 안 된다. 그러한 격은 어려움에 처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호에도 경제의 어려움과 아픔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 많았음에도 냉정한 시각으로 넉넉한 필치를 보였음이 수필다운 격을 보인 셈이다.

권두 수필로 청한 윤모촌 선생은 여전히 시국을 보는 선비의 강개를 보였고, 평론을 맡으신 최병호 님은 일찍이 불문학도답게 ‘김붕구론’을 새롭게 펼쳐놓았다.

이번 합평으로 정인보 선생의 ‘마음의 절제’를 선정한 것은, 오늘과 같은 도덕의 혼란 시대를 깨우치는 청량제로서 오늘처럼 서정문 주류의 문단에 던지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읽히길 바란다.

초회와 천료를 각각 한 분씩 추천한다. 따뜻하고 건전한 사고가 담겨서 읽는 이를 흐믓하게 한다. 역시 최근 들어 우리 『계간 수필』에는 지성 지향적인 수필이 증가세임을 말해 준다.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