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후기

 

서울에서도 시청이나 역 앞에는 둥근 로터리가 있다. 그 원환선을 따라 여러 갈래의 길이 갈라지고 모아진다. 산이 있고 예술이 있는 길, 신문과 정치가 있는 길, 경제와 거래가 있는 길, 옛날 기와들이 추녀를 잇는 고촌(古村) 등이 있다. 수필은 바로 로터리의 문학이다. 그 소재의 다양성이나 구성법 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시, 소설, 희곡, 평론 그 어느 것과도 부분적으로 오고갈 수 있다.

이번 호에 실린 30편도 그 소재와 구성면에서 로터리적 성격을 엿보이고 있다.

‘승무’의 시인 조지훈 님의 수필 ‘술은 인정(人情)이라’를 합평에 올렸다. 자꾸 눈치를 보면서 비실거리는 세상에 모처럼 당당한 기개와 도도한 호협을 보여 주기 위한 속셈이었다. 산 수필로 오랫동안 정수(精髓)를 보여왔던 송규호 선생이 ‘메아리 없는 대봉산’이라는 글로 권두수필을 맡아주셨다. 역시 산을 사랑했던 신앙의 원천을 밝혀주었다.

본지가 호를 거듭할수록 이 나라 문단에서 자리 하나를 차지함에는 내심 긍지를 느끼지만, 또한 아쉬움이 있고 심지어 무례를 범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본지에 투고해 주시는 기성수필가의 수필 예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본지는 최고 용량 30편의 작은 뜨락이다. 그나마 절반쯤은 청탁 원고로 지면을 꾸미게 된다. 매번 기성수필가의 투고가 많아짐에도 이를 모두 모시지 못함에 편집자의 애만 탈 뿐이다. 널리 이해를 바랄 뿐이다.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