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사람

                                                                                             金時憲

 육체와 마음은 따로인가, 하나인가? 바가지에 담긴 물은 정지해 있으면 바가지와 하나가 되고, 흔들면 물 따로 바가지 따로가 된다. 육체와 마음도 그런 것은 아닌지?

40대 때 나는 경상북도 의성이라는 곳에서 살았다. 아침마다 자전거로 산책을 다녔다. 의성에서 대구로 가는 포장도로에 고갯길이 있다. 그 길을 올라갈 때는 힘이 많이 든다. 몸을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고 있으면 엉덩이도 따라 좌우로 비틀거린다. 고갯마루에 올라가 자전거를 세워놓고 땀을 훔친다. 천하가 내것 같다고 할까? 육체와 마음이 하나가 된다. 충만, 통쾌, 여유, 해방 등의 기쁨이 온다.

내리막길은 편하다. 이른 아침이어서 사람도 차도 많지 않다. 속도껏 놓아두고 있으면 쏜살같이 내려간다. 바람이 와서 가슴을 씻어 주고, 먼 산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산책도 한다.

그런데 다 내려가는 곳에 커브가 하나 있다. 길 저쪽편이 보이지 않는 급 커브이다. 어느 날 그곳에 갔을 때 갑자기 트럭 하나가 도둑놈처럼 나타났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속도 때문일까, 자전거가 말을 듣지 않았다. 직선으로 도로 밑 깊은 모래판에 떨어지고 말았다.

트럭은 가 버리고 모래 위에 배를 깔고 나는 너부러졌다. 눈을 뜨고 어른손 끝으로 왼쪽 팔을 꼬집어 보았다. 아팠다.

살았구나! 일어나서 모래를 털었다. 아무데도 고장난 곳이 없었다. 얼굴에 묻은 모래를 털려고 손이 갔을 때 끈적끈적한 것이 느껴졌다. 피였다. 눈 밑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느껴질 뿐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자전거는 전방 3미터쯤 되는 곳에 떨어져 있었다. 엉망으로 얼굴을 찌그리고 있었다. 다가가 일으키니까 핸들이 180도로 굽었을 뿐 또한 이상은 없었다. 운이 좋았다고 할까, 나빴다고 할까.

 

마음과 육체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는 나는 지금 그때의 자전거를 떠올린다. 자전거는 육체이고 나는 마음이었다. 고갯마루를 올라갈 때는 서로 협력이 되었다. 그러니 내려올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자전거에 나는 얹혀 있을 뿐이었다. 먼 산도 보면서 잡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자전거 따로, 나 따로가 되어 모래 위에 떨어졌다. 완전한 분리가 되었던 것이다.

육체에 병이 생기면 어떤가? 병균이 육체와 마음의 사이에 끼어 두 가지를 떼놓는다. 육체의 고통을 이기느라 마음도 온갖 고통을 치룬다. 그것은 협력이 아니고 싸움이다. 마음은 안정을 원하지만 육체는 반란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육체가 지쳐 완전 파멸이 되면 마음은 육체에서 떠난다.

육체가 건강할 때는 어떤가? 마음은 제멋대로의 여행을 다닌다. 육체의 존재조차 잊어버리고 상상의 세계를 방황한다. 산도 넘고 강도 건넌다. 감미로운 과거 속에 들어가서 옛 사랑을 다시 즐기기도 한다. 아직 오지도 않는 미래를 꿈꾸면서 무지개를 만들기도 한다. 곧 마음 따로, 육체 따로가 된다.

그러나 사랑을 할 때는 육체와 마음이 밀착한다. 애인을 포옹했을 때는 둘이 하나가 된다. 그러다가 성 행위에 이르면 기쁨이 최고조에 도달한다. 육체와 마음이 만들어 내는 예술이라고 할까.

 

나는 어떤 용무로 토, 일요일을 뺀 나머지 날은 거의 매일 지하철을 탄다. 왕복 세 시간을 지하철 안에서 보낼 때도 있다. 나를 아는 어떤 친구는 그렇게 오랜 시간 지루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때마다 여행하는 기분이라고 대답한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어떤 지점에 이르면 지하철이 땅 위의 지상철로 바뀐다. 갑자기 바깥세상이 열려지고 하늘과 나무와 산과 도시가 한눈 안에 들어온다. 나는 그것을 한동안 즐긴다. 어둠이 있었기 때문에 광명의 행복이 온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그것도 싫증이 나면 눈을 감는다. 주위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감정이 된다.

그러면 이 또한 무한대라고 할 수 있는 허공과 만난다. 그 허공 속에 나를 던져두고 있으면 육체와 마음과 허공이 하나로 된다. 하나로 된 전체 속에서 나는 나를 잃는다. 세 가지의 합일 때문이리라. 그 상태가 나는 좋다. 잡념이 따라붙을 자리가 없다. 순수한 허공! 그것을 무(無)라고 해야 될지 공(空)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육체와 마음은 싸움의 사이인가, 아니면 합일의 사이인가? 때때로 나는 그것에 의문을 품는다. 육체는 마음의 그릇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해서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낸다고도 한다.

그러나 둘은 영원히 공존할 수는 없다. 때가 되면 해체 현상이 일어나고 그 속에 있던 마음은 어디론가 가야 한다. 하느님의 품안으로 들어간다는 말도 있고, 넓고 넓은 대자연의 꽃밭으로 돌아간다고도 한다. 어떻게 되든 그것은 그때의 일이고, 현재의 나는 육체와 마음의 관계에 상당한 관심이 가고 있다. 합쳐지면 기쁨이 오고 떨어지면 아픔이 온다는 그 사실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