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소

                                                                                         이주희

 용이, 윤출이 ─ 꼭 사람의 이름 같다. 찍어라, 때려라, 박아라 박아라, 목에 걸었던 밧줄을 풀어 쥔 임자가 공격을 좨친다. 앞다리가 짧은 용이는 발에 깔린 모래를 파헤쳐 던지면서 맹수처럼 포효한다. 목이 굵은 윤출이도 이에 뒤질세라, 독기 담긴 왕방울눈을 부라리면서 껑충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박치기 자세로 바꾼다.

용이가 박으면 윤출이도 맞받아친다. 사투다. 육백 킬로그램의 체중이 정수리에 실린다.

이번에는 윤출이의 돌진이다. 정수리와 정수리가 맞부딪치고, 뿔과 뿔이 닿아 빗나가면서 쇳소리를 낸다. 용이가 밀면 윤출이가 주춤거리고, 윤출이가 밀면 용이가 또 주춤거린다. 소 임자의 입에서는 연신 “때려라, 박아라”가 터지고, 그때마다 소는 일진일퇴한다. 확성기는 입심 좋은 해설자의 중계방송으로 달아오르고, 스타디움을 메운 관중은 찍고 때리고 박을 때마다 열광한다.

소는 본래 일소나 고깃소로 기르던 짐승이다. 또 같은 집짐승이라 하여 개에게는 혹 ‘누렁이’라든지 ‘복실이’라 하여 이름을 붙여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소에게는 애초에 소이면 그저 소이었지 이름을 지어 부르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소는 한 가족 같은 짐승이었다. 그것은 이 짐승이 한 집 재산의 일부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논밭을 갈고 짐을 실어 나르는 등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투우는 외국에서나 하는 줄 알았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소가 붉은 헝겊의 조롱을 받아 날뛰다가 사람이 던진 칼에 찔려 죽으면, 투우장이 사람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해지는 것을 보았다.

일소나 고깃소로 기르던 짐승을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싸움소로 기르게 되었을까. 소는 천성이 순하고 참을성이 있는 초식 동물이다. 호랑이나 늑대처럼 포악하지 않기 때문에 들소로 살지 못하고 사람에게 잡혀와 사육되었을 따름이다.

일소나 고깃소와는 달리 싸움소는 싸움소로 특별히 사육된 소다. 먼저 목이 길고 굵으며, 뿔이 굵고 단단해야 싸움소로 뽑힌다고 하는데, 일단 싸움소로 뽑히면 힘을 돋우기 위해 화식을 하고, 달리기, 언덕 비비기, 타이어 끌기 등으로 맹훈련을 되풀이하게 된다. 그리하여 소는 날렵한 동작에 바위 같은 머리를 갖게 되나 생사를 건 투우장에서는 박치기, 뿔치기로 머리가 깨어지기도 하고 뿔이 부러지기도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나도 어렸을 적에 소싸움을 시켜봤다. 들판이나 산기슭에서 풀을 뜯기다가 보면 동네 아이들이 몰고 나온 황소들이 어렵잖게 맞붙어 툭툭 뿔치기를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신이 나서 “우리 소 이겨라, 우리 소 이겨라” 하면서 응원을 했다. 그러나 이놈들은 다 싸움소로 훈련된 소가 아니어서 그랬던지, 대개 서너 번 박치기만 해보다가 싱겁게 돌아서 버리곤 했다.

음성, 정읍, 청도, 대구 등지에서 출전한 소가 이백 마리를 넘는다. 이놈들은 다 싸움소로 길러졌다고 하는데, 소 임자들은 어렸을 때의 우리 동네 아이들처럼 장난삼아 싸움을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고 등수 안에 들기만 하면 몇백만 원씩 주는 상금을 타기 위해 소를 몰고 다닌다고 한다.

토너먼트로 경기를 하면 여덟 번을 이겨야 일등이 된다고 한다. 모래판 위에서는 용이와 윤출이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고 있다. 소 임자는 자기 소를 싸고 돌면서 “찍어라, 때려라, 박아라”를 연발한다. 때리라면 때릴 것이고 박으라면 박을 것인데, 굳이 ‘찍어라’함은 칼날 같은 뿔로 상대의 뱃가죽이라도 찔러서 구멍을 내라는 뜻인가.

우리에게는 나물죽과 개떡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고, 호적초본 한 통을 파랑새 한 갑이라도 사 주지 않고는 떼기가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바뀌면서 지금은 웬만큼 옷밥 걱정이 적어지고, 사회적인 폐단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사람은 구태여 말 못하는 짐승으로 하여금 이렇게 피를 흘리면서 싸우게 해야 하는가.

덩치만 크고 영악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소는 제가 왜 이렇게 싸움판으로 끌려다녀야 하는지 알 턱이 없다. 또 어느 차례에 어떤 소와 싸우게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모래판 위에서는 용이와 윤출이가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목책에 묶여 서서 하염없이 되풀이만 하고 있는 황소들의 반추가 슬퍼보인다.

 

 

 

이주희

월간 문학으로 등단.

저서 『까치야 까치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