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현실을 잊은 채 유유자적하거나 사유를 빠뜨린 채 정에 빠지기 일쑤였던 수필의 고질을 치료해 보겠다는 속셈이 우리들 신인 추천의 한 가지 포부일 것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새롭고 젊은 신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호에는 위의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작품을 골라 추천키로 했다. 우선 박현정의 ‘환상처럼’을 지난번 ‘아웃사이더의 고백’에 이어 천료한 것은 논리적인 문체에 깊은 사유를 예술적인 형상으로 재구성했다는 솜씨를 들고 싶다. 그는 도시 교회의 낮은 천장과 시골 교회의 높은 천장을 현실과 환상의 양면 세계로 대조하면서 낮은 천장은 비록 삶의 실체지만 높은 천장 아래서 누리던 환상을 기리고 있다. 그러면서 넋두리처럼 ‘환상이 없으면 우린 너무 일찍 늙어버릴지 모른다’니 ‘좌절된 사람일수록 마약 같은 환상이 필요타’는 둥 그 나이 서른두 살보다 훨씬 곰삭은 말을 할 줄 안다.

초회를 통과한 이봉주의 ‘캠퍼스의 가을’은 여류로선 건드리기 쉽지 않은 시사적인 소재를 박진하게 묘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하이힐을 벗어 ‘짭새’에게 던지고픈 충동을 주는 현장 수필, 그러면서도 자기는 회색분자라고 능청을 부리는 여유를 보였고, 이은주의 ‘자화상’은 흔한 소재지만 진솔한 묘사와 순박한 익살로 자기의 잔주름과 펑퍼짐한 얼굴을 체념하는 필력, 거기다가 무심한 눈빛과 너그러운 마음을 다짐하는 슬기가 돋보인다. 끝으로 서명희의 ‘전원의 향기’는 흔한 소재와 테마지만 문장이 탄탄한데다 자연의 미덕을 찾아 그를 예찬하는 여유를 보여서 좋았다.

그러나 초회를 넘어선 분들께 고언한다. 천료의 끈은 결코 느슨하지 않다고.

                                         

                                                                          ─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