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자아와 나

                                                                                                        조재은

 네 명의 남편과 사는 여자가 있다. 결혼하고부터 함께 사는 남편, 직장에서 열심히 일만 하는 남편, 가사 일을 주부보다 더 잘하는 남편, 정신 연령이 정상보다 낮은 남편, 네 남자의 아내는 정숙한 여자이다.

건축업을 하는 마이클 키튼이 직장 일에 쫓겨 가정에 소홀하게 되자, 불평하는 아내를 위해 유전공학자에게 자신과 똑같은 남자를 복제하게 한다. 얼마 동안은 편하게 느껴지던 생활이 얼굴이 같은 네 사람이 서로간에 마찰이 생기고 복잡해지기 시작하자, 본래의 남편만 남고 세 사람은 떠난다.

몇 년 전 영화 ‘멀티프리시티’에서 복제 인간을 통한 정체성의 문제를 코믹하게 다루었다.

외형이 같은 네 명의 남편, 누가 진짜 남편인가. 한 명이기도 하고 모두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필요한 역할에 따라 한 사람씩 복제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우리는 하나의 얼굴로 표정을 바꾸고 인격을 바꾸며 살고 있다.

어느 젊은 목사가 설교에서 재소자에게 전도를 하려고 교도소를 방문한 얘기를 했다. 살인범들을 만나 보니, 그들과 자신의 차이점은 같은 생각을 순간적으로 한 것은 똑같은데, 다만 그들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고 목사 자신은 생각에서 그쳤다는 차이뿐이라고 말했다. 마음 속에 숨어 있던 죄의 실체를 확인하고 놀랐다는 고백이었다.

생각하는 실체와 행동하는 실체가 분리되고 합일되며 삶은 이어진다.

‘페이스 오프’의 악당과 FBI 요원의 대결은 ‘보여지는 나’와 ‘내 안의 나’가 극명하게 다름을 보여 주는 영화의 명 장면이다. 성형수술로 두 사람이 얼굴이 바뀐 채 상대에게 총을 겨누지만, 총구가 향하고 있는 곳은 자신들의 얼굴인 것이다.

그들이 겨눈 총구는 자신에게인가, 타인에게인가를 생각해 본다.

영화에서만 한 사람이 두 얼굴로, 서넛의 인격체로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도 사회와 가정에서 맡겨진 배역과 책임에 충실하기 위해 여러 개의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육군 장군인 친척이 있다. 여름방학에 군부대가 있던 곳에서 하루를 보낸 적이 있다. 그 날 작은 사고를 낸 부하를 큰 소리로 야단치는 무서운 얼굴의 장군은 손주를 무릎에 앉히고 아기의 옹아리를 흉내내는 내가 아는 인자한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가끔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사람을 만나곤 한다. 한 사람은 마음에 여유가 있는 회식 장소에서 웃고 농담하며 부드러운 모습으로 만났고, 다른 한 사람은 시간에 쫓기고 기분이 상해 있을 때 우연히 자주 부딪치게 됐다.

훗날 두 사람이 평하는 상반된 나 자신에 대한 평가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그 평가를 한 두 사람은 자신이 본 그대로를 말한 것인데, 그 사람들 말 어디에도 진정한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쓰시던 경대는 삼면이 거울로 된 것이었다. 어머니 방에 가서 가끔씩 화장을 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어느 곳을 보고 화장을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정면의 나, 좌측의 자신과 우측의 얼굴은 서로에게 묻는다. 어느 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인가.

한 부분만이 확대되어 보여지기도 했고, 막과 선이 혼합되어 있고, 따뜻함과 냉정함이 공존하며 위선의 얼굴 위에 진실을 감추고 있기도 하다.

삼면경 속의 얼굴은 합쳐지지 않은 채 다시 묻고 있다. 너는 누구인가?

 

 

 

조재은

현대수필로 등단(97년).

작품 『하늘이 넓은 곳』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