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위에 집짓기

                                                                                                 이미연

 아이가 물었다. 우리 집 E - 메일 주소 있어요? 예상치 않았던 질문이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아이의 요구에 두 말 없이 응하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 집도 인터넷 항해를 시작했다. 일년 전 일이었다.

몇 년 전부터 외국에 나간 친구들이 나에게 E - 메일로 소식을 편하게 보내고 싶어할 때마다 그냥 편지나 전화로 연락하라고 했다.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았다. 내가 태어난 것은 50년대 말이다. 말 많은 시대인 7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이제는 유혹에 끄덕 않는다는 40대인 475세대이다. 내가 겪은 학창 시절에도 컴퓨터는 있었으나 인터넷은 태어나지도 않았었다. 생각과 감정의 전달은 육필 편지나 목소리가 운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와 같은 관념을 깨고 타의에 의해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변화만이 발전은 아니라고 우기고 싶었지만 시대의 파도가 높은지라 순순히 인터넷을 배우기로 하고 학원에 갔다. 팽팽하게 돌아가는 수업은 손과 머리만으로도 모자라는지 마음까지 바쁘게 만들었다. 때때로 남편은 “컴퓨터가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었다. 그것은 하면 할수록 TV와 비슷하게 재밌지만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올릴 수 있는 게 다르다라고 답했다. 하루에 다섯 시간씩 닷새를 모니터 앞에서 씨름했다. 인터넷을 통해 여러 신문에 난 기사나 문서 메일 정도만 사용하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세대인 남편은 아내의 몰입을 낯설어 했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장난감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틈사이가 종종 생겼다. 주말에는 무언가 다른 것을 찾는 소리가 내 안에서 들리곤 했다. 단막극을 아무 생각없이 시청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거나 들판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호흡해야 했다. 때론, 대형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들쳐보고 그것을 몇 권 사서 옆구리에 끼고 와야 비로소 나의 뇌는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바뀌어 왔다.

시대의 변화를 배우는 컴퓨터 강좌의 마무리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다. 부실한 집(홈페이지)을 올린 이들을 빗대어, 공작새와 비교한 이도 있다. 뽐내기 좋아하는 겉치레의 비웃음이다. 나도 그런 모습이 될까 겁이 났다. 여차하면 만들기만 하고 올리지 말아야지 생각해 보지만,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큰 유혹으로 남았다.

그때 특별한 숙제를 한 일이 생각났다. 작년 가을 아이의 학교 선생님이 내게 준 과제였다. ‘엄마가 쓰는 독서교육’이란 글이었다. A4 10장 분량이었다. 아이들 선생님의 부탁은 쉽게 거절하기 어렵다. 지침을 적은 종이를 보내왔지만, 나는 내 마음대로 쓰기로 했다. 십여 년 동안 아이들에게 해온 책 읽기에 대한 생각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여 주어진 분량을 채운 채 컴퓨터에 고스란히 남겨두었다.

중심 내용은 동네 엄마들이 수시로 물어오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연령별 책 선택 방식과 감상법, 그리고 독후감 쓰기의 요령이었다. 아이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고르고, 앞으로도 참고가 될 만한 내용으로 정리했다.

깊이 잠들지 못한 어느 봄날 아침이었다. 까치 소리가 소란스러웠다. 그 놈은 아파트 앞 감나무에 앉아서 크게 소리지르며 도시의 아침을 깨웠다. 근처에 새로 집을 지은 듯 자주 날아와 큰 소리로 지저귀다 갔다. 그런 까치를 보면서 나의 홈페이지를 생각했다. 까치도 나뭇가지에 자신의 둥지를 틀지 않는가. 나는 공간 어디에 속하는지 모르지만 인터넷에 주소를 둔 집을 띄워보리라.

컴퓨터에 남겨두었던 몇 가지 짧은 글과 이웃 엄마들에게 들려주는 책 읽기에 대한 나의 의견이 이 홈페이지의 골격과 내용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의 단편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인터넷에 마련된 나만의 공간으로 파일을 올리고 나니, 드디어 집짓기가 완성되었다. 구석에 지어진 오두막이었지만,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홈페이지 자랑하기 담당자 앞’으로 쓰는 안내장 보내기를 하였다. 자신들의 검색사이트 독서 디렉토리에 등록되었으니 확인해 보라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이란 동네에 어눌하게 지은 내 집이 디렉토리에 들어가고, 또 검색 사이트를 통하여 ‘독서교육’이란 단어로 검색도 되었다. 사람들의 방문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문패까지 달은 셈이다. 첨단 시대의 상징인 공간 위에 지은 집에는 책 이야기를 묶어서 만든 홈이 만들어졌고, 문패를 보고 그곳으로 낯선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까치가 손님이 올 징조로 생각되었던 그 옛날이나 인터넷으로 손님이 되어 찾아가는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두 할 이야기와 들을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좁은 마을이 아닌 넓은 세상에서 공간에 집을 짓고 그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천료 소감

 

아직은 부끄러운 글 솜씨임을 알지만 천료 소식은 저를 들뜨게 합니다.

어느 해 여름 경주에서 서울까지 밤새도록 달렸습니다. 천안쯤 도착했을 무렵 달리는 차 안에서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보았습니다. 바쁘게 달려온 여행의 피곤함보다는 시야 가득히 채우는 동트는 모습은 그대로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특별히 기회를 허락하신 계간 수필 편집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 동안 곁에서 관심을 보여준 선생님과 문우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정원이, 정선이 그리고 무뚝뚝한 남편과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며 나의 호흡인 글쓰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이미연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졸. 그레이스 수필문우회 회원.

저서 『단감찾기』(공저), 『창으로 바라보는 풍경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