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료작-

이상한 모기

                                                                                             이봉주

 눈 앞으로 벌레가 지나간다. 손바닥을 쳤다. 곡선을 그리며 벌레는 천장에 매달려 있는 전등으로 날아갔다. 언뜻 보기엔 모기처럼 보이나 자세히 보니 모기보단 좀 크다. 몸 전체가 연두색인 것으로 보아 모기가 아닌 것도 같다. 아무튼 이상한 모기다. 망설임도 없이 불빛을 향해 날아간 모기는 모든 날벌레들의 습성대로 불빛 주위를 맴돌고 있다.

저녁을 해먹고 치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무심코 올려다 본 전등엔 아직도 그 이상한 모기가 날고 있다. 지름 일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몸에 저런 놀라운 지구력이 들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전등 불빛의 강약을 조절하는 두 개의 늘어진 끈 사이에 거미줄이 쳐져 있다. 두 끈을 마치 사다리처럼 엮어놓았다. 그러나 거미줄이라고 말하기엔 얼기설기 한 것이 어설퍼 보인다. 집 주인의 눈을 피해 얼른 집을 짓느라 그랬는지 공들인 흔적이 없다. 그나저나 집안에 거미줄이라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상한 모기가 거미줄과 거미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갔다. 아니, 모기는 마치 거미줄이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유유히 지나갔다. 아무리 어설픈 거미줄이라지만 모기가 거미줄을 피해 빠져 나가다니…….

난 여지껏 거미는 별다른 수고 없이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도 먹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나의 편견이었다. 집을 짓는 데 수고하지 않은 거미는 먹이를 얻을 수가 없었다.

모기는 수고하지 않은 거미에게 약을 올리기라도 하듯 벌써 서너 번째 거미줄 사이를 빠져 나가고 있다. 처음엔 이상한 모기가 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은 일이 몇 번 계속되자 점점 모기가 얄미워졌다. 슬슬 거미의 편이 되어가고 있는 날 느낄 수 있다.

이상한 모기는 자신이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내가 그 모습을 컴퓨터 게임처럼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도 알고 있을까?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시간 속에도 내가 알 수 없었던 생사의 기로가 있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어떤 거대한 존재가 나를 지금의 이런 기분으로 지켜보고 있었을 것 같다. 그의 눈에는 나나 모기나 그저 목숨을 부지하겠다고 허우적거리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함정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용케 비켜가는 나를 보고는 지루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이상한 모기의 비행이 격렬해졌다. 앵앵 하는 소리가 살려달라는 외침처럼 들린다. 모기는 끊어진 거미줄 끝에 날개가 붙어서 떨어져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이제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미가 곧 나타날 것만 같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죽음을 거부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에서 알 수 없는 연민을 느낀다. 잠시나마 이상한 모기를 얄밉게 생각했던 일이 후회스러워진다. 결국 모기의 일생은 이렇게 끝이 나고 마는구나.

이상한 모기는 다시 평온한 비행을 하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빠져 나왔다. 그러나 아직도 죽음의 덫이 남아 있는 불빛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집 전등 갓 속에는 말라 비틀어진 날벌레들이 수없이 들어 있다. 벌레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갓을 꼭 죄었는데도 어느 틈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 그 안엔 먹을 것도 없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작은 풀은 더욱이 없다. 그래도 날벌레들이 기어코 그 안에 들어가려고 애를 쓴다.

날벌레들이 왜 불빛을 보고 날아드는지 언젠가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지만, 내용은 지금 생각나지 않는다. 중학교 때 ‘불나비’라는 만화책을 본 적이 있다. 불나비는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갖고 싶어했다. 그 속에 뛰어들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갖고 싶은 나머지 불 속으로 뛰어들고 만다. 결국 불나비는 화려한 불꽃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재가 되어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과학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의 집에 날아들어온 이상한 모기가 하는 짓을 보고 있자니 이해가 될 것도 같다.

화려한 불꽃을 차지하기 위해 달려드는 욕심이라면 인간 또한 만만치 않다. 따지자면 인간에게 배고픔을 면할 만큼의 열매와 부끄러운 곳을 가릴 수 있는 나뭇잎 한 장이면 족하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원하고 남에게 과시하기를 원한다.

발가락 옆에 죽은 모기가 떨어졌다. 이상한 모기는 전등 갓 속에 말라 죽지도, 거미줄에 걸려 죽지도 않았다. 잠깐 날개짓을 쉬려고 앉을 곳을 찾았던 것 뿐인데 뜨거운 전등에 데어 죽었다.

죽은 모기를 휴지로 집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내일을 위해 샤워를 한다. 한치 앞도 알 수 없으면서 내일이라는 먼 시간을 준비한다. 이것 또한 주어지지 않은 것을 가지려 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욕심이다. 더운 김으로 거울이 온통 뿌옇다. 거울 저편에 아직도 욕심을 버리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 서 있다.

 

천료 소감

 

저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두 아이가 있습니다. 둘째 아이는 아직 철이 없어서 잘 모르고 있지만, 큰 아이는 엄마가 천료작가가 된 것을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소식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내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젠 좋은 수필가가 되기 위해서 글을 쓰겠습니다.

저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선생님과 나에게 이렇게 좋은 세상 빛을 보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남편을 빼놓으면 섭섭해 하겠지요?

원식, 형윤 아빠 고마워요. 그리고 부족한 글을 추천해 주신 계간 수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영광을 또 다른 달란트를 주신 하나님께 드립니다.

 

                                                                                                   이봉주

이화여대 체육학과 대학원 졸.

현 이화여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