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지난 호에는 공을 쳤다. 응모작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싱그러운 것도 빼어난 것도 없어서였다.

이번 호에는 응모작이 쏟아졌다. 천료가 뜸한 대신 초회의 열기가 대단했다. 그래도 요설을 늘어놓거나 시건방지게 아는 소리를 늘어놓는 버릇에다 시시콜콜한 옛 이야기를 유성기 돌아가듯 지껄이는 병을 고치지 못한 것이다.

천료 한 장에 초회 두 장을 건졌다.

작년 봄호에 초회를 통과한 지 꼭 1년만에 서명희 님이 ‘그때도 행복했었다’로 천료의 관문을 어렵게 넘어섰다. 그 속에 신선성이나 치열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간결하고 질박한 문장에 진솔한 고백과 성실한 인간 자세가 보여서다. 가난이 불행만이 아니라는 가르침은 언제 들어도 소중해서다.

초회를 통과한 강인희의 ‘포장마차의 소녀’와 서숙의 ‘밑줄긋기’는 모두 탄탄한 문장력에 구성과 천착의 힘을 보여 주었다.

‘포장마차의 소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이는 포장마차의 소녀를 보고 작자의 4대에 걸친 긴긴 애환의 파노라마를 그림으로써 수필을 소설의 축쇄로 시도해 본 것이다. 물론 너무 많은 얘기를 짜집기하는 욕심을 보여서 흠이지만, 그토록 많은 역사의 소화력과 수필적 구성력에 한껏 기대하고 싶다.

‘밑줄긋기’는 사람마다 자기의 취미나 열락의 방법이 있음을 전제하곤 자기의 문장 순례를 소개했다. 곧 몽당연필을 들고 남의 책을 읽다가 밑줄 긋는 일을 인생의 추구나 인생의 탐색 지도로 의미 부여하고 있다. 평범한 생활 속에서 인생의 심오한 자세를 발견하는 몹시 사색적인 생활의 유로란 점에서 바람직한 길에 발을 딛고 있다.

 

                                                                               ─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