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후기

 수십년 만에 밀어닥친 한파와 폭설 속에서도 수필은 바위를 뚫고 머리를 내민 풍란처럼 우리들 따스한 마음밭을 갈면서 이랑을 일구었다.

지난 세기를 통해 우리의 선비요 풍류로 알려진 가람 이병기 선생의 ‘낙화암 찾는 길에’를 합평에 올렸다. 요즘 열기를 보이는 기행 수필에 시사할 바가 클 것으로 여긴다.

이번 권두 수필은 박재식 선생이 맡았다. 이제껏 그분의 농도 짙은 서정수필과 달리 시사적·풍자적인 다른 면을 보여줌으로써 영역을 한층 넓혀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호의 가장 커다란 소득은 우리 나라 각계의 원로로서 수필계에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여석기, 정명환, 이근삼, 박이문, 이상규 등 여러 선생이 옥고를 쾌척한 일이다. 본지의 수평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엊그제 발족된 ‘성숙한 사회가꾸기 모임’에 본지 발행인 김태길 선생이 그 초대 상임대표로 선출되었다. 발행인과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본회는 그 모임의 창립 취지와 사업 계획을 전폭 지지하고 동감한다. 맑고 깨끗하고 질서와 윤리가 있는 사회가 우리의 신앙이요 이상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