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준

 내가 미국에서 항공기 정비를 공부할 때, ‘Joe's Aviation’이라는 소형 항공기를 정비하는 개인 정비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내가 항공기 정보를 배우던 학교에서는 항공기 정비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시간을 실습시간에 포함시켜 주었고, 졸업 후 학교에서 써주는 추천서에도 일한 것을 긍정적으로 써주었기 때문에 여간 보수가 좋지 않은 일자리가 아니면 누구나 항공기 정비회사에서 일하기를 원했고, 학교에서도 일자리를 주선해 주었다.

정비회사는 아주 작은 소도시 외곽에 자리한 작은 공항의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반대쪽에도 개인 정비회사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두 정비회사는 4인승에서 9인승까지의 소형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었다. 나는 주말 하루와 평일의 4시간씩 이틀을 근무하고 있었다. 나와 일을 하는 파트너는 곧 70이 될 할아버지였는데, 그 회사에서 일한 동양인으로는 내가 처음이어서 나에게 잘 대해 주었다. 그의 이름은 찰스였는데, 난 다른 사람들처럼 그를 ‘척’이라 불렀다.

어느 봄날, 아직 지난 밤의 소란함과 술기운의 여운을 채 떨치지 못하고 주말에 일해야 하는 신세를 한탄하며 비행장으로 나갔다.

겨울 동안 눈비와 습기에 시달린 항공기 엔진을 점검하기 위해 카울링이라 부르는 엔진 덮개 옆을 젖혔다. 그리고 엔진가 카울링 윗덮개 사이의 비좁은 공간에 새 둥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 손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작은 둥지는 마른 풀들과 새의 깃털 그리고 잘게 찢어진 비닐로 이루어졌고, 한쪽을 집어들어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견고했다. 둥지 안에는 다섯 개의 작은 알들이 뾰족한 부분을 가운데로 하여 모여 있었다. 실수로 떨어져도 안에 든 새 알이 망가지지 않도록 어설프지만 바구니를 짜듯 서로에게 끼워지고 꼬여 견고한 둥지는 아름답고, 가슴이 뭉클해지도록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새의 둥지는 절대로 그곳에 있어서는 되지 않았다.

‘개개개개.’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날아가는 새의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눈부신 짙은 파란 하늘밖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활주로 외곽 마른 풀밭과 숲까지 바라보았지만, 멀리 날으는 곰만큼 덩치가 큰 갈매기만 보일 뿐 어떤 새의 모습도 없었다.

나는 새가 그 곳에 둥지를 튼 까닭을 이해했다. 자신들보다 몸집이 큰 어떤 동물도`─ `새든 포유류든 파충류든 간에`─`들어와 알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그리고 그들의 몸과 알의 열기가 빠져 나가지 않을 좁은 공간을 택했다.

그러나 난 항공기 정비사였고, 둥지를 튼 새보다 나의 일을 더욱 이해했다.

새의 배설물은 항공기의 대부분의 재질이며 엔진의 재질인 알루미늄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쉽게 녹이 슬고, 한 번 녹이 슬면 여간해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조심조심 어미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새의 둥지를 항공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풀 속에 놓았다.

“쓸데없는 짓이야. 새들은 너무 겁이 많아.”

척 노인이 웃으며 알려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엔진을 청소하고 점검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 날 매니저는 지난 겨울 비가 많이 내렸으니 점검해야 할 항공기가 많다고 당분간 매일 나와 일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의 말은 명령처럼 들렸다.

다음 날 궁금해진 나는 우선 풀밭에 놓아둔 새 둥지부터 찾았다. 다행이 변화는 없어 보였다. 조금 안심이 된 나는 어제 그 항공기의 엔진을 건조시키기 위해 카울링을 열었다. 그곳엔 새의 둥지가 한 개 놓여 있었다. 데자뷰와 같은 모습에 난 내가 놓아둔 둥지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나는 조심조심 둥지를 내렸다. 어제와 같은 모습의 그러나 나뭇가지와 마른 풀보다는 깃털이 많은 둥지엔 같은 모양의 알 네 개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 수업을 적당히 끝내고 비행장으로 달려갔다.

“저거 어떻게 해야 할거야. 아직은 괜찮지만 쥐들이 다 먹어 치울 걸.”

척 노인이 내가 나란히 놓아둔 두 둥지를 가리키며 걱정했다.

“나한테 줘, 내가 먹을게.”

다른 정비사가 농담을 던지며 자기 항공기로 갔다.

나는 다시 그 항공기의 카울링을 열었다. 첫 알의 반밖에 두껍지 않은 빈약한 둥지가 거기 있었다. 들어 내려 손을 댔지만 깃털이 대부분인 둥지는 너무 약해 스스로 부서지려 하였다. 나는 옆으로 밀어 간신히 둥지를 손에 올려놓았다. 알들은 처음 발견한 알들보다 훨씬 작았다. 그리고 세 개였다. 알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햇볕에 데워진 금속의 열기 때문이었는지 알은 따뜻했다. 난 이제 깃털이 다 빠져 벌거숭이가 된 둥지의 주인을 찾으려고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과 주위를 살폈지만 새들은 보이지 않았다.

난 서글퍼졌다. 그래서 환경을 바꾸어 새들이 알을 낳지 못하도록 항공기를 원래의 위치에서 옆으로 이동시켜 놓았다. 매니저가 알면 화를 낼 노릇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항공기는 날개와 동체를 고정시켜 놓아야 했다. 그래서 항공기를 주기시키는 장소마다 금속제 고리를 땅속에 박아 고정시킬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옆으로 5m 정도 옮겨 놓은 항공기 엔진 위에는 너무 빈약해 둥지처럼 보일 수 없는 한 개의 마른 풀과 몇 장의 깃털 위에 작아진 두 개의 알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색조차 많이 흐려졌고, 다른 하나는 아예 흰색이었다. 그리고 그 흰 알 위에 선명한 핏자국이 하나 지나고 있었다.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 다시 그 항공기의 카울링을 열었을 때, 둥지는 없었다.

“다행이야.”

중얼거렸지만 마음은 무거웠고 목이 메어왔다.

둥지를 짓기 위해 스스로의 가슴 깃털을 다 뽑아 체온을 유지하기도 힘들 한 쌍의 새가 대체 왜 이곳을 떠나지 않으려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들은 진실로 사랑하는,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새들일 것이다. 그래서 자기들 눈에 보이는 안락한 장소를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며 종족을 유지하려는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을 했을 것이다.

설과 추석에 고향을 찾아가려고 두 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를 하루를 허비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몇 년째 계속되는 가뭄으로 굶어 죽어가면서도 자기들의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난 엔진 속에 둥지를 튼 새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어제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성급하게 결혼을 한 질녀와 아직도 어린애인 그녀 남편의 순수하고 해맑은 얼굴을 보면서 항공기 엔진  위에 놓였던 정성스럽게 짠 둥지와 다섯 개의 알을 떠올렸다.

 

 

 

한원준

<계간 수필>로 등단. 현 민중서림에 근무.

저서 『감골에서 온 편지』, 『불임의 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