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과 공자의 인본주의

                                                                                                        全寅初

 21세기와 더불어 새 천년을 맞이하는 인류의 축제는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로 휘황찬란하기만 했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사회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을 뒷받침해야 할 인륜 도덕적 규범에 대해 어느 누구도 언급은커녕 걱정도 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고귀한 공자의 뜻이 바로 그 직계 적손에 의해 철저하게 훼손되었던 것처럼 미래의 과학 기술은 다시 우리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새 천년을 맞는 나의 소감이다.

공자의 탄생지 곡부를 세 번째로 방문했을 때, 그곳 유력인사의 도움으로 일반 관광객에게 공개하지 않는 공부孔府의 내실을 참관할 수 있었다. 현재 공부의 내실은 공자의 76대 적손 연성공 공영이孔令貽가 그의 네 처첩과 자녀들과 마지막으로 거주했는데, 지금은 그들이 쓰던 유품만 남긴 채로 비어 있다. 내실에 네 처첩의 침실이 나란히 이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공씨 성의 젊은 여자 안내원의 설명에 의하면 공영이가 아들을 낳아 연성공 작위를 세습받기 위해 여자를 넷씩이나 두었단다. 첫 부인 손씨에게서는 소생이 없었고, 둘째 그 고장 출신 풍씨도 자식을 낳지 못했다. 셋째로 다시 맞은 정실 도씨는 아들 하나를 낳았으나 요절했다. 다급해진 도씨는 친정인 북경에서 데리고 온 자신의 몸종을 남편의 방에 들여 딸 둘을 낳고 끝으로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지금 대만에 살고 있는 공덕성孔德成이다. 더욱 놀랍고 잔인한 것은 생모와의 정을 떼어 버리기 위해 출산 17일 만에 그녀의 몸종 왕여인을 독살했다는 설명이다.

공자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가장 반인륜적인 행위가 그것도 공자의 적손이 살았던 공부의 내실 안방에서 저질러졌다는 사실은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연성공의 부인 도씨는 서태후로부터 정일품 작위를 받았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들을 낳아 작위를 세습하여 일신의 부귀영달을 꾀하려고 첩실과 함께 했던 내실의 열망은 공자의 위대한 가르침인 인본주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공자 적손의 반인본적 폐륜 행위와 공자 본연의 인간 사랑 정신을 함께 설명할 방법이 없다.

새 시대를 주도할 과학 기술도 인륜 도덕을 바탕삼아야 한다는 사실은 세기를 초월하는 영원 불변의 진리다. 눈에 보이는 외형적 발전만 추구할 때 본말이 전도되는 공자 가문의 역사적 시행착오를 다시 범하는 아이러니를 우리는 자초할 수밖에 없다.

과학 기술의 추구는 분명 생활의 편리를 가져다 주겠지만, 인류는 또 다른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주는 편리함에 도취되어 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때만 비로소 걱정할 뿐, 미리 예측하여 준비하지 않는다.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공동으로 걱정하고 연구하여 극복했던 Y2K 문제처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

인仁으로 대표되는 공자 사상의 본질은 곧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논어에서 말하고 있다. 주자는 그것을 다시 ‘사랑의 원리이며 마음의 덕이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공부의 비화를 교훈삼아 공자 본연의 ‘인본주의 사상’으로 새시대의 도덕적 패러다임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전인초

연세대 중문과 교수.

저서 『중국 고대소설사』, 『당대 전기소설 연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