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파는 밀짚모자

                                                                                                文熙鳳

 한겨울에 파는 밀짚모자에는 창의력이 들어 있다.

교육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수많은 사업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깨끗하고 꽃다운 사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거미는 스스로 제 목에 줄을 감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지식만을 갖고 있어도 그럴까? 지혜의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이 아닌가 한다.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지혜까지 갖추고 있는 사람의 차이는 여러 면에서 나타난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부모는 아이들이 공부에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도와 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갖게 된다면 학습뿐만이 아니라 어떤 영역에 있어서도 아이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미래 사회는 ‘변화’ 그 자체다. 오래도록 유지되리라 생각했던 온돌 문화가 막을 내리고 침대 문화가 자리를 잡은 지 이미 오래다. 방바닥에 등을 눕히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방바닥에서 1m 이상 떨어진 곳인데도 침대 위에서 잠만 잘 잔다.

부지런한 농부는 추수가 끝난 논에서 몇 섬의 이삭을 줍고, 개척정신과 의욕을 가진 세일즈맨은 한겨울에 밀짚모자를 판매하려 동분서주하며, 패기를 가진 창조적 인간은 모래밭에서 황금 만드는 법을 찾아내려 애쓴다.

젊은이들에게 작은 숲만을 보게 할 것이 아니라 크고 넓은 숲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지니도록 해 줌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것은 수영이나 사격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능이다. 공부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기능을 얼마나 잘 익혀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성공 여부가 판가름된다.

엊그제 들은 이 이야기는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한 남자가 날치기한 핸드백에 핸드폰이 들어 있었단다. 핸드백의 주인인 아가씨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핸드폰에 전화를 했다던가.

마침 핸드백을 훔친 사람이 전화를 받게 되었고, 아가씨는 이거다 싶어 상냥한 목소리로 온갖 애교를 다 써가며 “아저씨, 제가 멋진 곳으로 안내할 테니 바쁘지 않으시면 잠시 시간 좀 내 주세요” 하고 데이트를 신청했다던가.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만나 보면 서로 통하는 게 있을 거라”는 등 수다를 떨면서.

범인이 선뜻 응해 왔단다. 그러면서 경찰에도 연락을 해놓고. 경찰에선 그렇게 멍청한 놈이 있을까 싶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핸드백을 들고 약속 장소에 나타난 얼간이 청년은 경찰들의 손에 잡히게 되었다고 한다. 형사 생활 10년에 이런 횡재도 처음이라고 희희낙락했다는 형사.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날치기당한 아가씨가 만나자 한다 하여 아가씨의 핸드백을 손에 들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선뜻 약속 장소에 나온다는 말인지. 그래 그 아가씨를 만나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청심淸心보단 흑심黑心을 품었었겠지. 한겨울이 아니라 한여름에도 밀짚모자 한 개 팔지 못할 얼간이 청년이 아닐 수 없다.

얼간이 청년을 두둔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앞뒤가 콱 막힌 그런 사람을 누가 길러 냈는가 하는 자책에서 한 마디 하는 것이다. 요즘 내 이웃들은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를 많이 한다고들 말한다. 이것저것 종합적으로,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없다고들 말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성공의 열쇠는 창조적 두뇌를 소유하는 일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돌 전의 아이에게는 숫자 학습보다 장난감을 주는 일이 중요하고, 중·고등학생에게는 토론하는 학습의 장을 마련해 주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식 교육, 즉답을 요구하는 발문 등에 대답하는 것에만 익숙하다 보니 먼 후일을 내다보는 기본적인 훈련이 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내 앞에 전개되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 폭넓은 사고, 창의적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가 요즘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의 요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더 나아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자전거 이론을 교육에 적용하면 어떨까. 많이 넘어질수록 빨리 배우게 되는 것이 자전거 타기다. 실수한 만큼 그에 비례하여 터득하는 게 자전거 타기다. 실수가 잦을수록, 시행착오가 많을수록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게 자전거 타기다.

비전 이론은 어떤가. 가슴이 울렁거려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이다. 신바람이 나야 한다. ‘어서 그 날이 왔으면’ 하고 조바심이 나야 하고, 힘이 솟아야 하고, 힘든 과정의 고통을 극복하는 자극제가 되어야 한다.

한겨울에 파는 밀짚모자에는 창의력이 들어 있다.

 

 

 

문희봉

<월간 에세이>로 등단(89년). 대전·충남 수필문학회 부회장.

현 충남 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

수필집 『작은 기쁨, 큰 행복』, 『감나무 위에서의 명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