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가 신발주머니를 휘두른다

                                                                                                          이미연

 햇살이 따사로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병아리 떼처럼 어디론가 몰려가고 있었다. 봄볕에 책가방을 멘 채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앙증스럽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띠었다.

그때였다. 아파트 입구 화단 앞에서 한 꼬마가 신발주머니를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신발주머니의 폭력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것은 키 작은 장미였다.

앙상한 가지에 수많은 가시를 달고 몸은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아픈가 보다. 제 몸 이곳저곳에 검붉은 새 순을 내보내느라 벌건 빛을 띤 가지도 힘겨워 보인다.

아이는 계속 어린 손으로 매섭게 이곳저곳을 때리고 있었다. 햇살은 따뜻하고 봄바람은 산뜻하게 불고 있는데, 순간 찬 바람이 내 가슴 속을 휘돌아갔다.

“꼬마야, 그만해라.”

불쑥 내가 한 말이었다. 아이가 고개는 아래로 향한 채 말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어린 새 순을 어루만지며 계속한다.

“아직 어리지 않니. 많이 아프겠다. 너 같은 어린애를 큰 형들이 때리면 아프지 않겠니.”

아이가 손짓을 멈추었다.

“여러 사람들이 이 꽃이 잘 피기를 기다린단다.”

내 말이 끝나자 아이는 신발주머니를 몸 가까이 가져갔다.

그때 맞은 편 아파트 입구에서 책가방을 멘 채 한 아이가 소리쳤다.

“○○야, 우리 집에 가서 놀다 가자.”

꼬마는 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안 돼. 나 지금 학원 가야 돼. 학원 숙제도 안 했어. 나 오늘 놀 시간이 없어”라고 외치듯이 말했다.

말을 마치자 아이는 자신의 키에 비해 유난히 긴 신발주머니를 끌면서 혼자 돌아섰다.

장미는 가지가 하나 부러졌다. 부러진 것이 장미뿐이랴.

 

 

 

이미연

<계간 수필>로 천료(99년). 그레이스 수필문우회 회원.

공저 "단감 찾기", "창으로 바라보는 풍경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