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아리랑

                                                                                                        김형진

 6413호 병실에 들어선다. 병상을 지키느라 지친 딸아이가 긴 의자에 기대어 있다가 무겁게 몸을 일으킨다. 병실 안은 물밑처럼 가라앉아 있다. 병상 곁으로 다가간다. 아직도 노란 얼굴, 움푹 패인 눈, 푹 꺼진 입. 까칠한 입술을 풀무질하며 어머니는 깊이 잠들어 있다. 푸르스름한 담요는 발목까지 밀려 내려 있고, 허약한 몸을 감싼 옷매무새는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다. 단추가 풀린 환자복 상의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앞가슴이 마른 밭처럼 삭막하다. 하의는 아예 허벅지에 걸쳐 있어 다 드러난 팬티 기저귀가 하얗게 서글프다.

조심스런 손놀림으로 상의 단추를 채우다 보니 왼쪽 가슴께 혈흔이 보인다. 딸아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어젯밤에도 주사바늘을 뽑아버려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한다. 왼손 엄지 밑에 딱딱한 종이를 대고 여러 겹 반창고를 붙여 주사바늘을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 딱해 보인다. 혈관에 꽂힌 이물질이 싫어서일까. 어머니는 틈만 생기면 주사바늘을 뽑으려 애쓴다.

꽂혀 있는 것은 주사바늘만이 아니다. 조심스럽게 복대腹帶를 푼다. 오른쪽 옆구리에는 가늘고 하얀 관管이 꽂혀 있다. 이 관에 고무호스가 연결되고, 이 고무호스 끝부분은 비닐주머니 속에 머물러 있다. 담도 폐쇄膽道閉鎖로 인해 출구가 막힌 담액膽液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시술을 한 것인데, 자칫 잘못하면 담도에 닿아 있는 관이 빠진다 하여 복대를 둘러 고정시켜 놓은 것이다. 병상 옆에 묶어놓은 비닐주머니에는 짙은 녹색의 걸쭉한 액체가 반나마 담겨 있다. 옆구리에 꽂힌 관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 담요를 가슴에까지 끌어올려 덮어 드린 다음 병상 옆 작은 의자에 앉는다.

어머니는 아직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입으로 풀무질을 하며 잠들어 있다. 엄지에 꽂힌 주사바늘로는 받아들이고 옆구리에 꽂힌 관으로는 빼내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어머니. 평생 동안을 얻은 만큼 주고, 준 만큼 얻는 것을 생활의 법칙으로 삼았기에 지금도 그 법칙을 몸으로 실연實演해 보이고 있는 것인가.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동산 위에서 기울어진 햇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아카시아에 눈을 팔고 있는데 간호사가 들어온다. 옆에서 혈압 재는 것을 지켜보다가 담당 의사를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지금 간호사실에 와 있다 한다. 서둘러 병실을 나선다. 퇴근 후에야 병원에 들르는 처지라 의사를 만나기도 수월치 않다. 간호사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의사는 내가 옆에 가 설 때까지 시선을 주지 않는다. 그런 의사의 태도가 내심 야속하다.

입원한 첫날부터 그랬다. 어머니의 병명이 황달이라기에, 어릴 적 농촌에서는 황달 든 아이들이 단방 약으로도 쉽게 치료하는 것을 본 터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X-ray, 초음파 검사, CT 촬영까지 하기에 의문을 표했더니, 모르면 입 다물고 있으라는 듯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튿날엔 담도膽道가 막혔다 하기에 뚫을 수 있는 방법이 뭐냐 했더니, 우선은 담액을 체외로 배출하는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며칠 동안 옆구리로 담액을 빼내며 본격적인 시술을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또 찾아가 의문을 제기했더니 환자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좀더 기다려보아야 한다고만 했다.

그렇다고 옆구리로 담액을 빼내며 여생을 마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오늘은 꼭 확실한 답변을 끌어내리라 다짐하며 의사에게 인사를 건넨다. 의사는 고개만 까딱하고 다시 컴퓨터 모니터에 눈을 준다. 그 동안 주위에서 얻어들은 상식으로 내시경 시술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아도, 개복수술을 제안해 보아도, 노쇠한 환자의 건강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답답하여 담도를 막고 있는 담석膽石을 녹여버릴 수 있는 약이 없느냐고 했더니, 그런 약이 없기도 하지만 담석이 아니라 종양일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한다. 종양이라면…! 뜨거운 기운 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메운다. 그걸 지그시 눌러 삼킨 다음, 그렇게 말하는 근거가 뭐냐고 따지려다 그만두고 눈길을 돌린다.

병동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본다. 길 건너 서쪽 빌딩 꼭대기에 걸린 구름이 불그레한 석양빛을 머금고 있다.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폐부 깊숙이 빨아들인 연기를 하늘을 향해 길게 내뿜는다. 허공에 흩어지는 연기를 보며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병동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어머니의 병실에 들어가기가 무섭다. 필터까지 타들어간 꽁초를 버리고 나서도 갈 곳이 없다. 병동과 영안실 사이에서 얼마 동안이나 서성거렸을까. 눈을 부릅뜨고 달려드는 자동차 불빛에 퍼뜩 놀라고 나서야 세상이 어둠에 싸였음을 깨달았다.

마음을 다 가라앉히지 못한 채 다시 병실에 들어선다. 어머니는 내가 들어서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주사바늘 꽂힌 왼손 엄지에 정신이 팔려 있다. 탁자 위에 놓인 뚜껑도 열지 않은 미음 그릇과 트지 않은 약봉지가 눈길을 끈다. 어머니는 또 미음도 약도 거부한 모양이다. 병상 곁으로 다가가려다 그만두고 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내가 누구냐 물으면 어눌한 음성으로 ‘우리 아들’이라 대답하고는 웃음을 머금었었는데, 그런 어머니를 대하는 게 병실에 들어오는 유일한 기쁨이었었는데, 지금은 어머니의 모습을 가까이 대하기조차 무섭다.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본다. 동산 위의 아카시아는 주위의 불빛을 받아 유령처럼 으스스하다. 그 유령에 홀려 망연해 있는데 나지막한 아리랑 가락 한 소절이 들린다. 처음에는 병상 옆에 앉아 있는 딸아이가 답답하여 콧노래를 부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딸아이가 나를 돌아보며, 할머니가 노랠 부른다며 놀라워한다.

들릴 듯 말 듯한 콧소리이긴 하지만 음정도 박자도 정확한 아리랑 한 소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어머니는 이 한 소절만 반복해서 부르고 있다. 어머니는 지금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나온 긴긴 생애에 넘고 넘었던 크고 작은 고개와는 견줄 수도 없이 험한 고개를 지금 힘겹게 넘고 있다는 것을. 그 힘겨움을 저렇게 노랫가락으로 승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끌리듯 다시 어머니 곁으로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