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 없는 나그네골

                                                                                                    宋圭浩

 경기도 검단산黔丹山의 산줄기가 서쪽으로 이어지다 마지막으로 나지막히 객산客山을 이루었다. 떠돌이 시인 김삿갓이 아니라도 뜻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잠시 올랐다가 지나가는 나그네산이다.

아늑한 산기슭, 호젓한 법성사는 온통 봄빛으로 아롱졌다. 졸졸거리며 굽이도는 시냇물이 한결 자유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옛날에는 어용수御用水로 쓰였다는 약수가 바위 틈을 비집고 한사코 솟아나온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마시는 사람이 그때마다 약수의 주인인 셈이다.

까치들이 깍깍거리며 높다란 나뭇가지 사이를 날렵하게 날아다닌다. 저 깍깍거리는 속내가 무엇이든 알 바 아니다. 불경을 외우든 노자의 도덕경을 되새기고 구약의 시편을 되풀이하든 저네들의 마음대로다. 예로부터 동양의 숲속에서는 공맹孔孟의 바람이 일고, 서양의 성벽에는 아침 저녁으로 성당의 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예쁘장한 동자중의 어깨 위에 까만 고양이가 올라앉았다. 그리고 오지랖에는 흰쥐가 달라붙었다. 이들 천적을 똑같이 감싸 받아들인 동자중의 반쯤 감고 열린 눈이 어쩐지 지레 익어 터진 다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 흰쥐의 임자는 고양이도 동자중도 아니다.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숲길이다. 약간 도톰히 내민 돌부리를 육중한 소나무가 굽어보고 있다. 언젠가 베트남의 전쟁박물관에서 보았던 모뉴먼트가 떠오른다.

정문을 들어서자 나란히 누운 돌무덤 위에 녹슬은 철모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도 생명으로 믿었을 소총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막대기처럼 맥없이 버려졌었다. 그런데 그 곁에서 온갖 세상 바람을 겪은 커다란 자작나무가 싸움이 빚어낸 그 현실을 물끄러미 굽어보고 있었다.

바람도 깜박 숨진 산기슭이다. 바람에게는 정해진 고향이 없다. 이 곳에서는 그저 나뭇잎에서 놀다가 숲 속으로 사라질 따름이다. 이것은 바람의 생리이자 그 질서이기도 하다. 자연은 사시사철 나름대로의 변함없는 질서 속에 보람과 즐거움을 마음껏 누린다. 그런데 어수선해지는 지구촌의 질서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당초에 크고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나그네산의 됨됨이다. 아까 올라갈 적에는 미처 몰라보았던 알림판 하나가 의젓이 버티고 섰다. 세금을 매기기 위하여 이 일대의 땅주인을 찾는다는 또렷또렷 굵직한 글씨다.

까닭이야 어찌 되었든지 요즈음 이 세상에 땅의 임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나그네골이다. 나그네골의 주인은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거저 베풀기만 한 나그네골의 자연 그 자체가 아니던가!

 

<객산>이다 <나그네골>이다

애초에 이름 타고나온

산도 골짜기도 아니다

자연의 품안에서는 자칫

그 임자를 몰라본다며

포르르 멧새가 날아간다

그럼, 또

이 봄날의 주인은 누구냐고

진달래도 활짝 어우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