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세미나

 

 

                                                                               孔德龍 

 

‘도도(盜道)’라는 말이 있고 보니 도둑질에도 ‘길’이 있는가? 얼핏 생각하기에 훔쳐서 절대 용서받지 못할 도둑질이 있는가 하면, 훔쳐도 괜찮을(?) 도둑질이 있다는 것일 게다. 전자로는 고학생의 등록비 같은 돈, 안노인의 생활보조금 같은 것이다.

이 두 건이 신문에 보도되었을 때, 독자는 모두 분노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반면에 그런 돈이라면 나누어 가져도 괜찮다고, 도둑 행위를 눈감아 주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어느 최고 권력자의 아들집을 뒤졌더니 아파트 베란다 한 구석에 돈다발이 여러 뭉치 쌓여 있었다는 케이스가 그렇다.

허나, 이런 돈이 도둑의 손에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당연히 수사기관에 압수된다.

60년대 초, 여수항은 한때 밀수꾼의 천국이었던 때가 있었다. 초행길에 그 고장 출신의 제자가 “여수에선 돈 자랑 말라”는 경고를 하면서, 최근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밀수꾼이 경찰차에 쫓기자, 뒤에 실었던 돈뭉치를 차례로 내던져서 추적을 따돌렸다고 한다.

이 돈도 국고에 수납되었을 것이다.

도둑 사회에서는 한 번 훔친 돈을 다시 훔치는 행위는 금기 사항이라 한다. 동료가 훔친 돈을 다시 훔친 자가 있으면 따돌림을 받아 도둑질도 줄이 끊어진다던가. ‘도도’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눈 멀고 귀 멀고 말도 못하는 헬렌 켈러 여사가 일본 요코하마 항에 도착해 2백 몇십만 엔이 든 손가방을 코앞에서 날치기 당했다. 이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자, 도둑 두목들이 긴급 회의를 소집하여 의논이 분분하였다고 한다.

“그런 장애인의 재물을 훔치다니 나라 망신이다. 아무리 도둑이라지만 사람을 가려야지.”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지만도 아닐세.” 말을 이어, “훔칠 기회가 주어지면 철저하게 훔치는 것이 도둑의 길이 아니겠나……. 헬렌 켈러라지만 일본에도 도둑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왔을 게 아니요. 북적대는 선착장에서 돈이 든 손가방을 이것 보라는 듯이 휘젓다니, 도대체 일본의 도둑을 우섭게 본 것일세. 훔치지 않으면 일본 도둑의 망신이야.” 다시 말을 이어, “만일, 도둑에도 정의가 있다면 상대가 불쌍하건 말건 인정사정 보지 않는 게 도둑의 정도일세. 자네는 의적(義賊)이 어쩌구 하지만, 의적이 되자면 먼저 훔쳐야만 하지 않는가. 훔친 연후에 그 사용 방법에 따라 의적이 되기도 하고 도적이 되기도 하는 법일세. 헬렌 켈러의 도둑도 그 훔친 돈을 ‘홈리스’에게 베풀어주면 훌륭한 의적이 될 게 아닌가.”

“헬렌 켈러의 손가방을 털 정도의 좀도둑이 그런 선심을 쓸 수 있을까? 도둑이라면 정정당당하게 거물 집을 털어서 그 일부라도 ‘사랑의 리퀘스트’나 ‘수재의연금’으로 보내야 할 게 아닌가.”

“듣고 보니 그런 의적이 있었어. 이웃 나라의 조선시대 홍길동 말일세. 탐관오리 집만 털어 그 재물을 빈민에게 나누어 주었다지 않은가.”

“영국에도 있었지. 로빈 후드 말일세. 토색질하는 관가만 털어 그 재물을 난민에게 뿌렸다지 않은가.”

“이런 의적들은 비굴하게 밤 도둑질은 안 한다.”

“암, 백주에 당당하게 하지.”

“그렇다면 헬렌 켈러의 손가방을 날치기한 도둑도 거물인가? 백주의 선착장이었으니…….”

“바보, 헬렌 켈러 여사는 앞을 못 보지 않나. 밤에 당한 셈일세. 그러니 조무래기 절도랄 수밖에…….”

“강도와 절도는 어떻게 구별되나?”

“당당하게 훔치면 강도고 비열하게 훔치면 절도일세……. 우리는 명예를 걸고 당당하게 훔치세.”

 

일본의 익살꾼 수필가 우치다 햐쿠켄(內田百間)은 호(號)가 별나게도 ‘햐쿠기엔(百鬼園)’이다. 왜 이런 괴이(怪異)한 호를 붙였는가 물었더니 별 의미는 없고, ‘햐쿠켄’을 길게 발음하면 ‘햐쿠기엔’이 된다고 시침을 뗀다. 또 ‘百’ 자를 에도(江戶, 동경의 옛 이름)의 사투리로 발음하면 샤쿠(借)가 된다. 그러니 빚쟁이 귀신이 우글거리는 동산이 된다.

빚쟁이뿐 아니라 좀도둑도 찾아들었다.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다가 유리에 찔리는 사례도 있었다. 그래서 쪽문에 ‘도둑 출입구’라고 써 붙여 놓았다. 이 쪽문을 들어서면 ‘도둑 휴게소’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고단하면 한 잠 자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지다의 소견은 좁다. 우리 나라 김영삼 전 대통령 같으면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 써 붙일 것이다. 일본의 거물급 도둑이 보면 ‘大道’를 ‘大盜’로 착각하여 두 팔 휘젓고 들어올 게 아닌가.

 

도둑질한 돈을 다시 훔치지 말라는 도둑 사회의 불문율은 그런대로 철학이 있다. 같은 돈이라도 훔친 돈은 악취가 풍기기 때문이다. 일본 옛날 사무라이(武士)가 한 말이 있다. “무사는 목이 타도 도천(盜泉)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