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법對照法 연습

 

                                                                                                정진권

 천둥이와 산비둘기

우리 집엔 진돗개 수놈이 한 마리 있다. 녀석의 이름이 천둥이다. 털이 하얗다. 갓난 강아지 때 와서 어느덧 5년이다. 나는 아침 저녁으로 녀석에게 밥을 준다. 밖에 나갔다 올 때는 남은 음식을 싸다 주기도 한다. 그러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손등을 핥고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면서 살래살래 꼬리를 흔든다.

녀석은 딱 한 번으로 총각은 면했다. 그리고는 늘 혼자다. 함께 놀아 줄 아무도 없는 것이다. 우리 집 꼬마 두 녀석도 워낙 컴퓨터가 바빠 놀아 줄 틈이 없다. 녀석은 이따금 담에 앞 발을 걸치고 아랫집의 개 두 마리 노는 것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퍽 측은해 보인다. 허나 어쩌겠는가? 병이나 들지 말아라.

우리 집 뜰엔 거의 날마다 산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와 앉는다. 무슨 주워먹을 게 있다고 날아오는 걸까? 그래도 산보다는 낫다는 겔까? 어떻든 날아와서는 함께 뜰을 쪼며 아장아장 걸어다닌다. 더러는 우리 천둥이가 한눈을 팔 때 두 눈을 대록거리며 그 밥그릇에 앉기도 한다. 대체 어디 사는 놈들일까?

나는 산비둘기 두 놈이 어떤 사이인지 알지 못한다. 부부 사이인지 연인 사이인지 아니면 친구 사이일까? 그러나 언제 보아도 다정한 모습이다. 보기에 좋다. 놈들은 설령 먹을 게 좀 모자란다 해도 크게 배고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찬바람에 겨울 밤이 깊어도 그리 추운 줄은 모를 것이다.

 

까치와 참새

우리 집에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세 길이 된다. 이따금 까치 한 마리가 이 감나무 가지에 날아와 운다. 가을날 감을 딸 때 나는 이놈을 위하여 까치밥 몇 알을 남겨둔다. 이것은 오래 된 우리 풍속이다. 푸른 하늘에 매달린 노란 까치밥, 그 옆에 까치 한 마리 날아와 울면 나는 그냥 뜰에 서 떠나지를 못한다.

까치가 와 울면 반가운 사람이 온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온다고도 한다. 칠월칠석七月七夕에는 이웃 친구들과 힘을 모아 은하수 푸른 물에 오작교烏鵲橋도 덩그렇게 놓아준다.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에게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남에게 기쁨을 주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인가?

한여름이면 우리 집 목련나무, 후박나무가 온통 참새 떼로 시끄럽다. 나무 아래는 참새 똥이 늘 허옇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면 어디론지 다 사라진다. 들에 곡식이 익으니 그리로 가는 걸까? 겨울에는 또 날아와 뜰을 덮는다. 들에도 겨울은 주워먹을 게 없나 보다. 이놈들도 흔히 천둥이의 밥그릇에 붙어 앉는다.

나는 이따금 마루에 앉아 놈들을 내다본다. 놈들은 참 의심이 많다. 뜰을 쫄 때도 한 번 쪼고는 상하 좌우로 두 번은 살핀다. 그러다가 내가 밖엘 나가려고 현관문을 열면 일시에 다 날아가 나뭇가지에 붙는다. 제 놈을 해칠 내가 아닌데 그런 나를 그렇게 의심하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고된 일인가?

 

개미와 쥐

우리 집의 한여름 뜰 한쪽은 온전히 개미들의 세상이다. 놈들은 땡볕 속에 줄을 지어 바쁘게 움직인다. 아무도 놈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다. 아마 겨울날 먹이를 마련하는 모양이다. 더러는 땅굴을 파고 그 굴 옆에 흙을 쌓아놓는다. 아무도 놈들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는다. 겨울날 집을 새로 짓는 모양이다.

내가 어쩌다 큰기침 한 번 하고 들여다봐도 놈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여전히 흙을 파다 쌓는다. 피할 것도 없고 숨을 것도 없다는 그런 태도다. 하기는 제 일 제가 하며 남 해치지 않는데 누가 저희를 해치겠는가? 밝은 날 빛 속에 남의 눈치 안 보고 살아가는 모습이 의연도 하다.

이제는 쥐 이야기 좀 해야겠다. 여러분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강 짐작이 갈 것이다. 우리 집 뜰 한구석에 음식 쓰레기 묻는 곳이 있다. 몇 마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거기 굴을 파고 쥐가 산다. 결국 우리는 음식 쓰레기로 놈들을 먹여 살리는 셈인데, 그렇다고 달리 버리기도 어려워 그냥 참는다.

놈들은 통 낮에 나타나는 법이 없다. 어쩌다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 위를 타는 게 보이지만 그것은 아주 희귀한 예다. 한 번은 보니까 담에 매달린 호박을 여기저기 쏠아 놓았다. 그것도 아마 한밤중에 한 짓일 게다. 개나 고양이 만날까봐 전전긍긍하며 어둠 속에 숨어 사는 놈들의 모습이 딱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