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나라의 옛길

 

                                                                                                宋圭浩

 촉蜀나라의 개는 해를 보고 짖는다.

산이 높고 안개가 짙어서 해를 자주 보지 못한 촉나라의 개들은 해를 보면 이상히 여겨 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사로운 일에 놀라거나 어진 사람을 도리어 의심한다는 비유이기도 하다.

이제 그 높고 험하다는 촉나라의 옛길을 찾아간다. 서안西安에서 성도成都까지 열차 편으로 어느 정도 돌아가야 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차표에 정해진 자리가 3층이어서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데는 불편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잠자리에 들기에는 너무 일러 처음부터 복도에 나와 있지만, 바깥이 어두워져서 이제는 별로 보이는 것이 없다. 복무원에게 다른 자리를 알아보지만은 열차 전체가 만원이라는 한결 같은 대답이다. 하기사 이 나라의 교통 사정으로 미루어 예약 없이 차표를 구한 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이다.

3층으로 올라가려고 신발을 벗는데 1층의 남자가 일어서면서 자기와 자리를 바꾸자고 한다. 같은 칸 맞은 쪽의 그의 아내도 고개를 끄덕인다. 미안함과 고마운 친절로 더욱 신이 난 열차는 젊은 내외를 1, 3층으로 갈라 싣고 자랑스레 달리기만 한다.

엊저녁에 서안을 나선 열차는 어느덧 새벽 4시를 구불구불 달리고 있다. 그리던 태백산太白山은 까마득히 지나갔을 것이다. 깊은 산속 협곡의 아침은 더디 열리게 마련이다.

어둠침침한 가운데 어슴푸레 짐작되는 협곡과 산봉우리 그리고 터널의 연속이다. 이백李白이 읊은 ‘촉도난蜀道難’ 시대에는 더더욱 험난했으리라.

 

‘황학도 원숭이도 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사나운 고갯마루

험한 촉나라의 길은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구려.’ ─ ‘촉도난’ 중에서(필자 옮김)

 

옛날 장안長安에서 촉나라로 가는 길처럼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은 예나 이제나 세상살이인가 보다. 달이 밝다는 월명현月明峴 고개는 이미 지나갔으리라. 동녘 하늘이 불그스레 밝아온다. 산 너머로 험하고 어렵다는 검문관檢問關이 어림된다.

강유시江油市에서 한식경을 멈춰 선 열차는 면양시綿陽市를 향해 떠난다. 그런데 자리를 바꿔준 그 젊은 부부가 보이지 않는다. 아까 플랫폼에서 몸을 푸느라 왔다갔다 하는 동안에 떠났나 보다. 여기가 그들의 목적지인지도 모른 채 서로 엇갈린 것이다.

이 근처에 이백이 살았다는 옛집과 그의 기념관이 있으련만 자욱한 안개 속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간절하다던가! 사람은 멀리 가고 없지만은 늘그막을 어떻게 지냈는지 그의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나 들어보자.

 

‘어찌하여 이 벽산碧山에 사느냐고?

대답 없이 웃는 마음이 편안하이

복사꽃 한 잎 띄워 싣고

냇물은 어디로 흘러가나

여기는 속세 아닌 별유천지로세.’(필자 옮김)

 

이제는 산자락에 논밭이 나타나고, 아침을 새김질하는 황소의 등허리에 멧새가 이물 없이 내려앉았다. 산이 점차로 낮아지면서 그 모습도 유순해 보인다. 시냇물에 오리가 떠노는 저 오막살이 외딴집의 주인은 어떠한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느덧 덕양德陽을 지났으니 종착역인 성도도 멀지 않았다. 날새도 짐승도 넘기를 꺼리며 두려워했다는 그 험하고 지루한 길을 하룻밤 사이에 마음 가볍게 지나온 셈이다.

그 젊은 내외는 지금쯤 어디를 가고 있을까? 모르면 몰라도 어떠한 규범이나 값싼 동정심이 아닌, 너와 나의 구별이 없는 오로지 하나의 길을 한결같이 걷고 있을 것이다. 열차가 서서히 정거장 가까이 다가간다.

‘그럼, 안녕히 가시죠. 그럼, 그럼, 그럼…….’

마치 그 젊은 내외의 이 소리 없는 인사말이 열차의 구석구석에서 덩달아 쏟아져 나오는 것만 같다.

 

말 없이 헤어진

촉나라의 옛길

편한 자리 내주고

따로따로 밤을 새운

그 젊은 내외

할 말은 많아도

안으로만 새겨 여미는

마음의 한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