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궁의 향기

 

  

                                                                                              宋圭浩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에 있는 청양궁(靑羊宮)은 널리 알려진 도교(道敎)의 궁관(宮觀)이다. 노자(老子)가 신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머무른 곳이라 전해진다. 2만 6천 ㎡의 드넓은 바탕에 궁관들이 한 줄로 늘어섰다.

제1전(殿)에서 제8전에 이르기까지 여러 선인(仙人)을 알맞은 자리에 나누어 모셨다. 금빛 얼굴에 허연 수염을 길게 드리우고 붉은 법의(法衣)를 두른 태상노군(太上老君)의 궁관은 제3전이다. 그리고 중심 궁관인 제4전의 삼청군(三淸宮) 앞 뜰에는 놋쇠로 만들어진 한 쌍의 양이 배치되었다. 애초에 노자가 이곳에서 5마리의 양을 길렀다는 옛이야기다.

높다란 돌계단 위쪽의 도법자연(道法自然)은 매우 조용한 분위기다. 여기는 노자가, 사람은 땅을 따르고 땅은 하늘을 따르며 하늘은 도(道)를 ─ 도는 곧 자연(自然)이라고 그 도법을 가르쳤다는 곳이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며 올바르게 부지런히 힘쓴다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유구필응(有求必應)의 현판이 사람의 마음을 떠받치고 있다.

버들가지는 휘늘어지고 은행잎이 물들기 시작한다. 동백나무에서도 자르르 윤기가 흘러내린다. 갖가지 풀꽃과 나무가 자연스레 계절을 엮어 가는 여기 청양궁은 시민들을 비롯하여 각 처에서 찾아든 사람들의 정신적인 고향이자 만남과 사귐의 광장이기도 하다.

도교는 예로부터 유교, 불교와 더불어 뿌리 깊이 내려온 하나의 커다란 길이다. 그런데 그 노장(老莊)의 길이 1965년 중국의 문화 대혁명에 즈음하여 말할 수 없는 업신여김을 당한 것이다.

그때에 많은 궁관이 없어지거나 다른 목적으로 돌려 쓰였다. 그러나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이 청양궁처럼 뿌리 깊이 뻗은 그 지역의 특성을 헤아린 것이리라.

많은 궁관을 한 바퀴 돌아 나온 마지막 쉼터에 사람들이 많이도 모여 앉았다. 거의 중년을 넘어선 아주머니 아저씨들이다. 묵직하고 약간 투박스럽게 보이는 돌상(石床)과 대의자가 말소리 없는 사람들의 차분한 분위기와 잘도 어울린다. 그리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쓰레기 하나 없는 순박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다.

이 크고 넓은 휴게소에 화장실이 없을 리 없다. 군데군데 화장실이 있었지마는 이 마지막 화장실만은 유다르다. 남녀 따로 각각 8칸씩의 대소 변소는 외국인을 의식한 것일까? 중국의 관습답지 않은 쨈새다. 한낮인데도 버려진 담배꽁초나 휴지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몸에서 풍겨난 살내는 그 사람의 생활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본바탕은 어디까지나 사람 그 자체다.

측간이 풍기는 일반적인 냄새는 고리타분한 구린내와 지린내다. 그러나 이것은 맛있는 음식들이 농익어서 내뿜는 향기다. 그런데 이 뒷간에서는 이렇다 할 냄새를 느끼기 어렵다.

강원도와 경기도를 가르는 화악산(華岳山)에는 천도교의 수도장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한울님의 뜻에 따라 만물 일체의 정신으로 화합 통일을 바라는 그곳의 화장실도 그 높은 뜻만큼이나 깨끗하다. 그리고 모든 동식물과 더불어 은혜롭고 고마움을 자연스레 나누며 살아가는 홋카이도의 아이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티베트에 가까운 사천성 구채(九寨)구 그 크고 넓은 풍경구에 가장 새로운 변소가 나타났다. 용변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포장되어 아래 탱크로 떨어진다. 가득 모아진 탱크는 풍경구 밖에서 처리되며, 곧바로 새로운 탱크와 변기의 포장지가 놓인다.

8·15 해방 뒤, 외국에서 들여온 장거리 버스 ‘그레이하운드’는 뒤쪽에 변기를 갖추고 우리의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편의 시설에 지나지 않았다.

청양궁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기도와 믿음의 세계다. 도궁(道宮)마다 향불의 연기가 까마득한 옛길을 찾아 오르는 꿈의 나라다. 노자의 생일인 음력 2월 15일에는 촛불, 향불의 행렬이 볼 만하리라.

제1전 앞에 향불을 피운 안노인의 얼굴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 죽은 이의 그리운 모습이, 보고 싶은 그 얼굴이 연기 속에 나타난다는 반혼향(返魂香)의 조화인지도 모른다.

가슴 속을 비춰낸 향불 그리고 냄새 없이 향기로운 화장실과 겉으로 꾸밀 줄을 모르며 내세우지 않는 사람들…….

이 모두가 향기 없는 가운데 더욱 향기로운 청양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