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오덕렬

월드컵 축구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4강 신화의 감동은 더욱 그렇다. 조별 리그전부터 어느 한 게임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4강 진출을 확정하는 광주 경기에는 은근한 걱정까지 따랐다. 고향에서 하는 경기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기우杞憂에서였다.

지난 해 유 월 스페인과 겨룬 이 경기는 두 시간이 넘도록 뜨거웠다. 공격과 수비는 파도처럼 출렁이며 운동장을 누볐고, 우리의 마음도 공을 따라 밀물이 되고 썰물도 되었다. 전·후반전이 득점 없이 끝나고, 연장전에서도 골이 나지 않았다. 이제는 승부차기가 기다리고 있다.

세계의 눈과 귀를 한데 모으며, 선수들이 한 줄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가 먼저, 첫번째로 황선홍 선수가 공 앞에 선다. 골키퍼와 기氣 싸움을 하는가 싶더니 운명을 건 일축, 휘어 찬 것이다. 골키퍼에게 안기는가 싶더니 세찬 파괴력은 득점으로 이어진다. 이어서 박지성 선수가 골 박스 오른쪽으로, 설기현 선수는 중앙으로 가볍게 차 넣는다. 네 번째는 안정환 선수다. 이탈리아 전에서 패널티킥을 실수한 적이 있어 조마조마 하는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번만은! 성공을 염원하는 응원이 파도타기로 이어진다. 결심이 선 듯 곧바로 공을 찬다. 정면 대결을 택했을까?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로 이어진다. 긴 머리카락 날리며 손등에 입맞추어 환호에 답하는 여유가 자랑스럽다. 득점은 1`:`1, 2`:`2, 3`:`3으로 이어지다가 이제 4`:`3의 상황이다. 스페인의 호아킨의 차례로, 우리의 골잡이와 심리전이 매섭다. 수문장 이운재는 육감으로 느낌이 왔는지 왼쪽으로 날아든 공을 몸을 날려 두 손으로 막아내는 것이 아닌가. 승리를 예감한 듯 굳게 다문 입에서 웃을 듯 말 듯한 미소가 흐른다. 이렇게 되니 무적 함대 스페인 호의 최후도 경각에 달리게 될 수밖에……. 홍명보 선수만 성공하면 4강 진출이다. 밝은 표정으로 나오더니 순간 골키퍼 왼쪽 위로 슬쩍 차 넣고는 손을 휘돌리며 내닫는다.

“야아……?! 4강 4강 4가앙, 한국 4강 진출……!”

아나운서도 감격하고 흥분한 목소리다. 발휘된 저력에 스스로도 놀라 “이것이 어쩐 일입니까? 아아…”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이다. 환호, 흥분, 함성과 울음까지 뒤엉킨다. 초조, 긴장의 순간들을 잘 이겨내고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것이다. “히딩크, 당신은 이제 대한민국 축구 대통령!”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전문성, 소신을 떠올리게 하는 이방인 감독 히딩크, 승리의 소감을 “행복합니다!” 한 마디로 압축한다.  

대∼한민국, 짜작 짜작 짝

대∼한민국, 짜작 짜작 짝

오! 필승 코리아 ∼

사방 천지가 붉은 악마의 물결이요, 신이 나서 응원하며 목이 쉬었다. 골이 터질 때면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옆사람을 얼싸안고 감격의 순간을 보내기도 했다. 경기장 스탠드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붉은 악마들(Be the Reds)로 살아 움직이는 커다란 장미꽃이 만들어졌다. 물감으로 얼굴에 태극 마크를 그린 젊은이도, 태극 문양紋樣의 옷을 입은 아가씨도, 붉은 손수건을 손목에 맨 학생들도,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든 시민들도 화려한 한 송이 장미꽃이 되어 힘을 모았다.

이런 응집력을 촉발시킨 것은 붉은 악마가 주축이 된 R세대(Red 세대)들이라 하겠다. 온몸으로 응원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다함께 열광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어느 한 구석에서도 걱정거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젊은 그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모두가 승자가 되어 넉넉한 마음으로 발걸음이 시내로 향하고 있었다. 금남로 도청 앞 광장에서 그 날의 차량 통제 구역을 막 벗어나 유동 사거리에 왔을 때, 벌써 승용차와 오토바이 편대가 시내를 누비고 있었다. 축하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이다. 차들은 경적으로 ‘대∼한민국, 짜작 짜작 짝’ 리듬을 만들어내고, 오토바이 무리는 태극기를 들고 굉음을 내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이쪽에서 ‘대∼한민국’ 하고 선창하면 저쪽에서도 ‘대∼한민국’ 큰 소리로 화답한다. 모두가 축제 분위기에 싸여 마음들이 통하게 되니,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나누는 인사마다 살갑고 흐뭇했다.

지난 해 유 월에는 아직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의 저력이 발휘되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도 눈을 지그시 감으면 들려오는 그 붉은 함성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황홀한 감동과 자신감을 안겨준 6월은 아침처럼 다가와 말하는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