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 행상

 

 

                                                                                           이해숙

머리가 몹시 아프다. 기온이 30도가 넘은 대낮에 한 시간째나 아스팔트 도로 위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열은 더해 가고 따끈한 햇볕은 이글거리며 작렬하는 태양으로 변해 간다. 모자를 쓰고 얇은 스티로폴 판지로 머리를 가려 보지만 시청 광장에 내리쬐는 불볕을 피할 수는 없다. 아니 피하여서도 안 된다.

네 분 성직자들을 이렇게 앉아서 맞이하는 것도 그저 황송할 따름이 아닌가. 장장 65일 동안의 800리 먼 길을 묵언默言과 무승차無乘車와 노숙露宿의 원칙 아래 온갖 죽어간 것들에게 참회하느라 가장 낮게 엎드려 기도하는 그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그 동안 누구를 위하여 절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있는지 돌이켜보았다.

새만금 방조제 축조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와 노래를 듣고 화면을 보는 사이에 삼보일배三步一拜단이 시청 앞 광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5월 31일 3시였다. 3월 28일부터 시작된 길고 긴 길이 끝나는 시각이다.

나는 얼른 일어나 그들이 지나갈 자리 곁으로 다가간다.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님, 이희운 목사님과 김경일 교무님이 차례로 절을 하며 지나가신다. 한껏 머리를 조아리는 경건한 자세를 대하니 수없이 되뇌어온 감사나 격려의 말이 사치스럽기만 하다. 울컥! 하는 속울음은 나만이 아닌 듯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도 모두들 손으로 입을 막는다.

이제 마지막 10배拜 정도를 남겨놓은 시점이지만 땀이 비 오듯 하는 얼굴들은 여전히 비감한 표정이다. 그들을 눈물과 뜨거운 박수로 맞는 마음도 슬프고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이다.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갯벌은 날마다 죽어가고… 30여 ㎞, 그 길마다 놓인 땀과 고행과 기도와 희망이 한낱 꿈이었을까. 이제 그들에게 남을 병마와 허탈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한 번만 현장을 둘러보고 결정해 달라던 주민의 절규는 정녕 묵살하고 말 것인가. 동생이 안타까워 수시로 지팡이를 짚고 동행하시던 형님(문정현 신부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삼보일배가 끝나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갯벌을 보게 될까 봐 나는 끝나는 날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구.”

실신하셔서 하루 입원하셨던 수경 스님은 물론이고 문규현 신부님도 50일 전 금강 하구언 둑에서 뵈었던 때에 비해 얼굴이 반쪽 되신 것 같다. 육십 노구에 그리 강행군이었으니 몸과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여위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해창 펄에서 서울로 출발할 당시에는 세찬 봄바람에 옷깃이 절로 펄럭였고 봄비에는 뼛속까지 흠뻑 젖었으리라. 북으로 올라오면서도 지열과 공해보다 괴로운 건 무관심과 곡해와 반대의 손짓이었겠지.

길 건너편 대한문 앞에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찬성하는 사람들 100여 명이 북과 꽹과리를 들고 반대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그 공사는 군산 일대의 4만 ㏊를 농지로 확보하기 위해 십 년 전부터 계속 추진되고 있으며, 사라지는 농지를 대체하고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하며 식량의 무기화에 대비하여 필요한 일이라고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생산량으로 쌀이 남아돌다 못해 썩어가고 있으며, 그나마 수입 가격의 10배나 비싼 까닭에 현재는 많은 논들이 휴경 보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공단工團으로의 전용轉用을 모색한다지만 주변의 군장 공단도 60%나 미분양 상태라고 한다.

삼보일배하신 네 분을 단 아래에 모셔놓고 각 교단에서 나와 기도를 한다.

“하나님! 천주님! 부처님! 모든 생명을 지켜주소서.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하여 주소서. 공사를 멈추게 하여 주소서…….”

“꽈배기와 김밥! 꽈배기와 김밥!”

“얼은 물이오, 얼은 물!”

경건하고 간절한 기도에 섞여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이다. 기도를 하다 말고 고개를 들고 소리치는 행상을 쳐다본다. 식전 행사 때부터 행상들은 종이 모자와 깔판, 아이스크림과 각종 간이식을 사라고 귀찮을 정도로 다가왔으며, 무더운 날씨 덕분에 얼음과자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시청 앞 광장에 삼천 명 넘게 모였으니 이런 호기를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사람들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목청껏 외치고 있다. 무슨 행사인지 상관이 없고, 식순이 어떻게 진행 중인지 아랑곳하지 않는 야박하고 무심한 얼굴이다. 그 얼굴 위로 갯벌이 사라지고 자연이 죽으며 수조兆 원을 들인 간척지가 무용지물이 되건 말건 개발을 부르짖고 지역 발전만 내세우는 사람들이 겹친다.

그래도 그렇지 생명을 살리자는 기도 중인데 하며 입을 삐죽이다가 그만둔다. 푸른 바다가 검은 땅으로 바뀌건 말건 수수방관하는 국민이 대다수인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그들을 기도 중에 장사한다고 나무랄 수 있으랴.

“하나님! 부처님! 천주님! 대통령님……!”

“꽈배기나 김밥! 얼은 물이오, 얼음 물!”

<월간 문학>으로 등단(93년).

수필집 <아내와 대통령>, <열이틀 달빛>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