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회 추천>

 

평균 맞추기 게임

 

 

                                                                                    박미령

친구나 이웃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허해질 때가 있다. 나누는 이야기나 관심의 영역들이 너무나 표피적이어서 그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허유許由처럼 귀를 씻고 싶어지기도 한다. 마음을 터놓고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세상에 몇이나 되랴마는 그래도 대부분의 만남이 이렇듯 공허하다는 것이 나는 쓸쓸하다.

 

그 쓸쓸함 뒤에는 무언가 풀리지 않는 갑갑함이 따라오곤 했는데 나는 그 이유를 모른 채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의 대화와 생각을 관통하는 기묘한 공식을 발견하고 내 갑갑증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공식 속에는 평균이라는 수학적 개념이 자리잡고 있어 모든 사람들의 삶이 평균이라는 단 하나의 개념으로 표현된다. 자유로운 사고 속에서 삶과 사랑과 기쁨과 고통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평균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인생을 이야기하니 답답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서로 만나 여러 모습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은 재빨리 머릿속으로 계산을 한다. 누구는 남편이 출세를 했는데 자녀들이 속을 썩이고, 누구는 돈을 많이 벌었는데 건강을 해쳤으며, 누구는 자기 자신이 직업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결혼 시기를 놓쳐버렸다는 등 그들의 계산 뒤에는 늘 한 가지 결론이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공평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누구에게나 가진 것과 못 가진 것이 있고, 행운도 불운도 있게 마련이므로, 이러한 요소들을 짝을 지어 계산하면 모든 사람의 평균이 같아진다.

 

그렇게 평균을 계산하면서 사람들은 게임을 즐긴다. 이것을 나는 평균 맞추기 게임이라고 부른다. 무엇이 남고 무엇이 모자라건 상관없이 평균은 항상 일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사고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평균이 너무 높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평균을 낮추어 줄 요인을 찾느라 골몰하기까지 하는 건 아닐까. 그러다 보니 평균 맞추기 게임은 결론을 이미 내놓고 하는 게임처럼 결과가 뻔하다.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 열등감을 느끼는 상황이 될 때에도 그 사람의 약점을 찾아내기만 하면 평균이 된다. 그렇게 평균을 맞춘 후에 인생은 공평하다는 불변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만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평균 맞추기 게임의 규칙을 살펴보면 느낄 수 있다. 평균 맞추기 게임에서는 서로가 달라야 하고 나름으로 유일해야 할 개개인의 삶이 길거리 노점상에서처럼 똑같은 값으로 매겨진다. 평균을 맞추기 위해서 삶의 다양성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평균 맞추기에 대한 열망이 자리잡고 있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존중하기보다는 공평한 것을 원한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공평성이란 따지고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나보다 낫게 보이는 그 무엇을 내가 아는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평균 맞추기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우월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자아 개념이 확고하지 않은 탓인지 자기 자신을 남과 비교하기를 좋아하고 그 결과 자신이 비교 열위에 있다고 느껴지면 견디지를 못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결코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들은 삶에 관한 여러 요소들을 나열하여 상쇄시키기 시작한다.

 

인생은 평균 맞추기 게임이 아니다. 어떤 삶을 살던 그 나름으로 아름다운 것이고, 그 나름으로 의미 있는 것이다. 평균이란 통계적 허수가 우리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떤 숫자로도 표현될 수 없는 절대적 색깔, 형태 그리고 그 조합들이 바로 우리 삶의 모습이 아닐까. 억지로 짜맞추어 계산된 평균이 아니라 우리의 삶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실로 따뜻하고 용기 있는 삶의 태도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평균 맞추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다른 사람의 약점과 자신의 강점을 상쇄시키며 비교 우위냐 비교 열위냐에 온 관심을 집중시키는 자신들 때문에 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해 지고 있는지 그들은 알고 있을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며 누군가의 우월성이나 특이성도 거부하는 그들이 이 시대의 평균적 인간상이라면 나는 평균도 못되는 못난이 인생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