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찾았다

 

─ 캘거리 통신 ─

 

 

                                                                                             孔德龍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기 전에는 ‘공룡’ 하면 한낱 전설적 동물 정도로 인식해 왔다. 대관절 생존 연대가 확실치 않고, 주로 어느 지역에 서식하였는지도 아리송했기 때문이다. 그만치 나는 관심도 지식도 없었던가 싶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제작자가 관람자의 흥을 돋우기 위해 과대 표현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저 한 편의 오락물로 덮어두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의 캘거리에서 한여름을 나면서 우연히도, 참으로 우연히도 공룡이 전시돼 있는 야외 박물관(field museum)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후일 서적을 뒤져서 알게 되었지만 아메리카 대륙 서북부에 공룡은 서식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나는 틈이 나면 시청 앞 공공도서관에 들르곤 하였다. 전개가식(全開架式)인데다 잘 분류가 돼 있어 책찾기가 수월하다.

어느 날 고고학 분야 서적에 눈길을 돌렸는데 좬과거 사냥(Hunt for the past)좭이란 색다른 표제의 얄팍한 책자가 있어 펴 보았더니 ‘탐험가로서의 나의 생애(My life as an Explorer)’란 부제가 붙었고, 속 책장 한가운데에 완전 복원한 공룡의 거대한 골격 앞에 한 금발의 미인이 웃고 있지 않는가…….

이 미인은 이 책의 저자이고 공룡 유골의 발견자이고 복원의 팀장이기도 하다. 이름은 수 헨드릭슨(Sue Hendrickson). 그가 복원한 공룡의 이름도 ‘~수(~SUE)’라 붙였다.

이렇게 해서 복원된 공룡의 골격은 여지껏 발견된 것 중 가장 크고 완전한 것이었다. ‘수’는 시카고 야외 박물관 새 집에 운반되고, 하루 수천 명의 관람객이 모여들었단다.

“나는 이런 저런 질문을 받고 행복하였다. ‘수’를 위해서는 더 행복한 일이다. 그녀는 제 이야기를 하기 위해 6천7백만 년을 기다렸으니까.”

“내가 여지껏 찾아낸 여러 역사적 보물처럼 ‘수’는 시간을 넘어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당신에게도 말을 걸겠죠. 그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어디에서고 당신들 꿈을 북돋워주기 바랍니다.”

헨드릭슨 여사는 1949년 태생인데, 어려서는 부끄럼을 많이 타는 소녀였다. 자라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이 유심하였다. 무엇이고 찾아내면 그렇게 기뻐하였다. 최초의 ‘보물찾기’는 네 살 때였다고 한다. 야외활동이라면 무엇이고 참가하고, 게임이라면 져본 일이 없었다 한다. 여사의 ‘보물찾기’는 육지에서 바다로 뻗었다. 바다 바닥에 가라앉은 남파선도 뒤졌다. 해저에서 주운 호박(琥珀)의 단면에 나방, 개미 따위 곤충의 화석이 박혀 있는 것을 보고 한때는 그곳이 육지였음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우연히도, 정말 우연히도 공룡의 유골과 맞닥뜨린 날이 왔다. 1990년 여름, 사우스 다코타에서 발굴 작업 중의 일이다.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쩐지 그 벼랑이 탐색하고 싶어진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그곳에 무엇인가를 느꼈다고나 할까. 나를 부르는 무엇이 있는 듯싶었다. 내 안 깊은 곳에 무엇인가 나를 그 자리로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나는 애견 집시(Gypsy)를 데리고 뙤약볕 아래 벼랑의 기층(基層) 주위를 머리를 떨구고 땅바닥을 살피며 걸었다. 한 반쯤이나 갔을까, 몇 조각의 골편(骨片)이 눈에 띄었다. 벼랑 단면에서 떨어진 뼈마디인 듯싶었다.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 순간 나의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럴 것이 내 머리 위 여덟 척쯤 위에 공룡의 등뼈 토막이 세 개씩이나 박혀 있지 않은가! 태양빛 속에 뚜렷이 볼 수가 있었다.”

“…말할 나위 없이 ‘수’의 등뼈입니다. 제일 크고 완전한 ‘티라노사우러스 렉스(Tyrannosaurus rex, 공룡의 일종)’입니다.”

“T. rex는 북미 서부에서만 발견되었는데, 꼭 22개의 표본이 현존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뼈의 50~80퍼센트는 소실되었습니다. 이것은 6천7백만 년이 지난 지금 ‘수’의 전 골격의 90퍼센트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니…….”

“우리 일행은 기지에 돌아오면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내 몸은 흥분으로 윙윙거리고 심장 속에 행복감이 내 몸 구석구석을 휘감아돌았습니다. 그 후 몇 주일 동안을 두고 흥분은 더해 갈 뿐이었습니다.”

‘수’의 해골을 덮고 있던 30척 암반을 옮기는 데만 꼬박 닷새가 걸렸다. 기중기를 사용하면 수월했겠지만 혹시나 훼손할까 해서 손도구로 쪼아냈다. 화씨 125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작업은 계속되었다. 작업을 시작한 지 3주가 못 되어 ‘수’는 마침내 바위 무덤에서 해방되었다.

자, 그 다음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정형외과 의사가 부서진 관절의 뼈마디를 다루듯 뼈마디를 박지(箔紙)로 싸고, 회반죽 속에서 보호하고…….

고고학적 가치가 엄청나다고 밝혀지자,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나왔다. 유골이 발견된 땅 소유주이다. 지긋지긋한 법정 쟁의가 오 년 계속 되었다. 그 동안 ‘수’는 보관 창고에 갇혀 있고, 헨드릭슨 여사는 가슴을 조였다.

1997년, 재판관은 판결을 내렸다. ‘수’는 경매에 붙일 것이며, 최고 입찰자에 낙찰될 것이라고. 낙찰가는 8백만 달러였다.

시카고의 야외 박물관이 사들였다. 이제 ‘수’는 제값을 인정받게 된 셈이다. 이렇게 거대한 짐승의 흩어진 유골을 마디마디 모아서 제자리에 맞추어 세우기란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요, 공들여야 할 일임은 나 같은 문외한도 쉬 짐작이 간다. 치과 기공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틀니를 배열하는 과정에나 비유할 수 있을까. 복원 작업은 계속되었다.

‘수’는 마침내 베일을 벗고 공개되었다. 2000년 5월이었다. 야외 박물관 안의 눈부신 ‘스탠리 필드 홀(Stanley Field Hall)’에서이다.

“그 날은 나에게 얼마나 감격스러운 날이었던가. ‘수’가 바로 거기 서 있었다. 한때는 지구상을 걸어다녔던 이 놀라운 동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발견했던 바로 그 순간에 경험했던 그 충격 같은 느낌 말이다. 아마 나의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수’ 아래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고 박물관 당국에 말해 놓았다. 그에게 할 말이 있으니까 말이다. ‘수’는 말을 걸어올 수야 없겠지만, 나는 마음 속에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가슴 속에서도…….”

나는 이 책에 빨려들어갔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발굴 현장을 담은 사진이 나왔다. 복원 과정의 고비마다 사진 설명이 상세하였다. 특히 그 거대한 두골을 등뼈와 연결시키는 장면은 복원 과정의 압권이었을 것이다. 기사와 작업원들의 함성이 터져나왔을 때 그들의 보람은 절정에 올랐을 것이다. 복원이라지만 역사의 거대한 재창조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으로 ‘공룡’을 찾아보니 내가 체류하고 있는 캘거리 시 동북부에도 그 야외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일날을 택했다. 대략 한 시간 거리이다. 밋밋한 평원의 지평이 뚝 끊어졌다. 그랜드캐니언이 먼 발치에 보였다. 미국 애리조나 주 콜로라도 강의 대협곡의 규모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강줄기 자국이 깊이 파인 협곡 건너편 절벽의 단층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저기서 고대 생물들의 유골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골제 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이를테면 브로치나 펜던트 등등이다. 이 장식품을 목에 건 백인 부인을 보니 뉴기니 오지의 원시인과 다름이 없다. 여기서는 고대와 현대가 이웃하고 있는 셈이다.

야외 박물관이라지만 야외에는 공룡의 모조품만 세워놓고 진품은 입장료를 내고 구조물 안에 들어가야 볼 수 있다. 구조물 안의 장치와 조명이 태고적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동굴을 빠져나오면 호수가 펼쳐지고, 호숫가에는 야자수 같은 수목이 점점이 서 있다.

이런 배경 사이로 갖가지 고대 생물의 표본이 진열되어 있다. 이런 구도 안에서 이 박물관의 여왕이라 할 ‘공룡’은 독방을 차지하고 있다. 완전히 복원된 골격물이다. 조명은 초점이 수시로 이동하여 골격의 일부분에 맞추기도 하고, 보조 조명이 꺼지면 천장의 우산살 같이 퍼진 조명은 공룡의 온 몸뚱이를 뒤덮기도 한다. 관중들은 탄성을 발하기도 하고, 어디선가 괴수(怪獸)의 포효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나는 어느 새 아내의 손을 끌어당겼다.(백주에는 하지 않던 버릇이다.) 손을 놓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대명천지(大明天地)이다. 어둠 속에선 시간이 더디 가는 것일까. 해는 중천에 떠 있다.

아들 내외와 손자는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만화에서나 보던 ‘공룡’의 실물을 본 흥분을 잠시 되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