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가르기

 

 

                                                                                                 김태길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는 말은 강도 높은 비난의 뜻을 담고 있다. 의리(義理)의 덕을 숭상하는 우리 나라의 정서를 배경에 깔고 있는 이 속담은 ‘인간쓰레기’에 버금가는 욕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 편이오?” 이 말도 ‘의리 없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자주 사용된다. “당신은 당연히 내 편을 들어야 마땅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편’은 이미 갈라져 있는 것이다.

 

개혁의 의지가 확고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즉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 한편이 되어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에는 분명히 일리가 있다. 개혁의 의지가 없는 사람과 함께 개혁을 도모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다만 여기서 우리는 그 개혁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것을 신중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누가 과연 확고한 개혁의 의지를 가진 사람인가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개혁’의 핵심은 불합리한 현실을 합리적 방향으로 돌리고, 불공정한 사회를 공정한 사회로 바꾸는 데서 찾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개혁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평가되기 위해서는 일당(一黨) 또는 ‘나’ 개인의 이익보다는 나라와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도덕적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나 또는 내가 속해 있는 집단을 위하는 마음이 나라 전체를 위하는 마음보다 앞서는 사람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개혁의 주역으로서는 부적합하다.

 

여기서 ‘우리는 성현 또는 군자가 아닌 이상, 나와 내 집단을 우선시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심리가 아니냐’는 반문을 예상할 수 있다. 인간의 심리가 자기중심적 구조를 가졌다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우리들의 주장은 오로지 공허할 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현 또는 군자가 아니더라도 나라 전체를 ‘나’ 또는 나의 집단보다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원대한 안목으로 크게 계산할 때 나라 전체를 우선시하는 편이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는 대답을 얻을 경우가 많은 것이다. 지금 우리 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이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현재 우리 나라는 위기도 될 수 있고 기회도 될 수 있는 흥망의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고 보는 것이 생각 있는 사람들의 견해가 아닐까 한다.

 

 

잠시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바라보라. 우리 나라 주변에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가 진을 치고 있으며, 더 먼 곳에는 미국과 유럽의 열강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모두 우리의 우방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경쟁국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아야 한다. 약육강식의 역사가 끝나는 날이 언젠가 올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거듭 말하거니와, 우리의 현실은 우리들 각자의 이익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 나라부터 살려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끼리 편을 가르고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흙탕물을 튀기며 싸우는 것은 결코 나라를 살리는 길이 아니다.

 

정치와 경제, 언론과 교육, 학문과 예술 등 각 분야에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즉 지위가 높아서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사람들일수록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원칙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일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야 하거니와,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은 편 가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어른스러워야 하며, 누구보다도 너그러워야 한다. 어른스럽고 너그러운 대통령은 편 가르기를 삼가한다. 후보 시절에는 그에게도 편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편 가르기의 사슬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자기를 지지해 준 사람들의 호의를 잊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의 개인적 미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감사의 심정이 국민의 편 가르기로 이어진다면, 그는 실패한 대통령으로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국민들에게도 대통령에 대하여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내가 지지하지 않은 후보라 하더라도 그가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를 우리의 대통령으로서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이 성숙한 시민으로서 주권자에게 어울리는 올바른 태도이다.

 

대통령의 언행에 대하여 언제나 박수를 보내라는 뜻은 물론 아니다. 옳은 것을 옳다고 칭찬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비난하는 공정한 태도를 뜻하는 것이다. 때로는 쓴소리가 박수보다도 더욱 대통령을 도와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