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은 사람

 

                                                                                         김태길

‘머리가 좋다’는 말은 흔히 칭찬의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머리가 좋음은 반드시 축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 그것은 화근(禍根)으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어려운 삶의 과정에서 높은 재능은 강력한 무기의 구실을 한다. 승패의 판가름이 육체의 힘겨루기로 결정되기보다는 머리싸움으로 결정날 경우가 많다.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상식으로 볼 때, 머리가 좋음은 축복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경쟁 상황은 끝없이 연속되는 것이며, 어떤 시점(時點)에서의 승리가 최종적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지적(局地的) 성격을 가진 오늘의 승리에 도취하다 보면 그것이 도리어 전면적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단순히 머리가 좋은 것만으로는 자신의 생애를 축복된 작품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많다. 전체를 크게 바라보는 지혜로움과 잔재주가 머리를 들지 못하게 하는 덕성(德性)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축복된 작품으로서의 생애가 형성될 수 있다.

좋은 머리의 싹은 주로 유전자를 통하여 부모로부터 받는다. 그 유전자를 어떻게 키우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노력과 부모님 지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덕성의 싹도 유전자와 무관하지 않으나, 그것을 키우는 것은 주로 인성교육과 경험이다.

한국에는 재능이 탁월한 사람은 많으나 덕성이 풍부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인상이 강하다. 말 잘하는 사람은 도처에서 만날 수 있으나 실천을 바르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 이 인상을 뒷받침한다.

나라의 높은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다. 그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사실로 미루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덕성이 탁월한 사람을 간혹 만나게 된다. 그들은 첫눈에 재기(才氣)가 발랄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들은 머리도 매우 탁월하다는 믿음이 따른다. 재덕(才德)을 겸비한 것이다.

저토록 재덕을 겸비한 사람이 정치계의 높은자리에 올랐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갈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그 생각을 지워버린다. 그 사람은 정치에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압도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에 재덕을 겸비한 인물이 대통령 또는 수상의 자리에 오른 사례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개 정치가로서 별로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철인왕(哲人王)이 지배하는 이상국가를 꿈꾸었으나 결국 이루지 못하고 만 플라톤의 옛날 이야기를 다시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