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경

 

                                                                                         鄭木日

 

‘풍경(風景)’은 바람과 경치가 합해진 말이다. 적어도 두 개 이상 어울림이 있어야 한다.

경치는 모양과 빛깔이 있으나 정적인 것이며, 바람이 있어야만 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나의 사물이 아닌 또 하나의 사물이 있어야 생동감을 갖고 아름다워지는 게 아닐까.

 

겨울 해질녘 느티나무가 노을을 배경으로 빛을 뿜는 듯 보이는 건 제 혼자만으로서가 아니다. 한 잎도 남김없이 떨쳐버린 가지들이 수천 갈래 하늘로 뻗힌 모습은 섬세하고도 고요롭다. 그러나 노을빛과 어둠에 묻힐 산 능선과 어울리지 않았다면 경탄하지 않을지도 모르리라.

 

단풍이 든 숲길이 황홀한 것은 오래지 않아 색채들이 사라지기 때문일 게다. 낙엽을 밟으며 그 길을 벗어나기가 아쉬워 뒤돌아보기도 한다. 이 길이 더 정다울 때란 노부부나 연인들이 걷는 모습을 보는 순간이다.

 

마음이 끌리는 곳에서 사랑의 고백은 이뤄지고 별리도 나누게 된다. 함박눈 내리는 공원 벤치에서, 단풍으로 불타는 숲길에서, 천지를 울리는 폭포수 아래서, 꽃덤불 속에서 자연스런 포옹을 하고 입맞춤을 나눈다. 더러는 이별의 눈물도 흘린다. 자신들이 풍경의 주인공이 되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게 되길 바라기 때문이리라.

문상(問喪)을 갈 적마다 느끼곤 한다. 상주(喪主)에게 몇 마디 상투적인 말을 하고 오지만, 마음을 전하지 못한 미흡함이 남아 있다. 통곡과 눈물이 없는 장의실은 조문객이 많을지라도 삭막하다. 애절하게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있어야 어울린다.

슬픔에도 미학이 필요하리라.

 

아내가 여행 중에 엽서를 보내왔다. 당신이 곁에 없어서,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깝고 안타까워 눈물이 나온다고. 다시 한 번 당신과 이곳에 와서 경치를 함께 보고 싶노라고…….

그렇다. 곁에 자신을 잘 알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어 손을 잡아주고 미소를 보내주어야 만족스럽고 감동이 우러나온다.

 

아무리 좋은 풍경이라 해도, 안타깝고 서운한 것은 지금 그리운 이와 함께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대가 곁에 있어 공감하여야 완벽해진다. 서로가 상대를 돋보이게 해 주어야 한다.

아름다운 풍경은 조화가 아닐까. 그리움과의 만남이며 사랑의 선율이고 그 합일이리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와 어울리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오랜 교감으로 빚어낸 사랑이 아닐까. 사랑으로 내는 빛깔과 음악이 있어야 한다. 단 한 번이라도 좋은 풍경을 얻으려면, 먼저 그 무엇에게 사랑이 돼야 한다. 사랑의 배경색이 되고 배경 음악이 돼 주어야 한다.

 

내 일생에 감동적인 풍경이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절경지에서만 풍경을 접하는 게 아니다. 사진으로 남겨놓은 것만이 풍경이 아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삶 속에 있으며, 자신이 아름다워져 광채를 내야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피는 깨달음의 꽃이 아닐까.

 

마음 속에 잊혀지지 않는 풍경을 남겨놓고 싶다. 사라지지 않는 감동과 향기를 주는 삶의 수채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