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역에서

 

                                                                                            배정인

내가 도착했을 때 역에는 흰 기차가 서 있었다. 따스한 볕살이 기차를 감싸 안고 있었다. 역 구내는 추웠다. 다된 가을이긴 하지만, 고지대여서 그런지 싸늘한 바람기가 겨울 끝을 휘두르고 있었다. 게다가 응달이었다. 개찰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웅크리고 있었다. 멀뚱멀뚱, 남의 눈치만 살필 뿐 이상하게도 서로 주고받는 말이 없었다. 흔히 행선지를 묻고 담뱃불을 주고받으며 여행하는 사람끼리 무료함을 달래는 풍경이 역 대합실에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데, 그럴 기미는 눈을 닦고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가 대합실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하였다.

문이 열렸다. 우르르 사람들이 개찰구로 몰려갔다. 검은 제복을 입은 키 큰 역무원이 마치 검문 검색을 하듯이 나그네들을 한 사람씩 훑어보며,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 일일이 지시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가늠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앞사람의 어깨 너머로 넘어다보았다. 역무원이 선 자리는 커다란 유리 바닥이었다. 마치 분광기 같았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았다. 움직이는 바늘과 유리면에 떠오르는 얼룩무늬가 보였다. 크고 작은 반점들이 저마다 다른 색깔로 나타났다. 역무원은 그 유리 바닥을 들여다보며 사람의 갈 길을 갈라놓는 것이었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였다.

“그게 뭐하는 거요?”

“영혼을 달고 재는 저울이지.”

역무원은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나는 주춤했다.

“뭣을 이렇게 많이 가졌소?”

개찰구로 들어선 뚱뚱한 남자에게 역무원이 물었다. 남자는 갑자기 주눅이 드는 듯했다. 검은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면서 얼버무렸다.

“아, 그게 아무래도 잘…….”

난처한 듯이 연신 허리를 굽실거렸다. 내가 보기에 그 역무원은 참 인정머리가 없었다. 두부 모 자르듯 말했다.

“저쪽으로 가시오.”

몸집이 큰 남자는 ‘저쪽’이 어딘지를 이미 알고 있는지, 역무원이 가리킨 ‘저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미적거렸다. 뒤에 선 사람들을 곁눈질로 힐끗 돌아본 다음 역무원에게 바싹 다가서는 것이었다. 남자가 속삭였다.

“좀 봐줄 수 없겠수. 아흔 번째 왔는데… 톡톡히 사례하리라.”

역무원이 진귀한 물건을 다 본다는 듯이 그를 쏘아보았다. 금방이라도 못된 버릇을 가르치겠다고 나설 기세였다. 준열하게 꾸짖는 빛이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 무섬증을 일게 하는 눈빛이었다. 그 남자가 머쓱해 하면서도 굽벅굽벅 허리를 굽혀 보이고는 얼른 돌아섰기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호되게 당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도 나는 개찰구로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왠지 역무원이 무서웠다. 그 이상한 저울 앞에 나서기도 두려웠다. 또 그 역무원이 ‘저쪽으로 가시오’ 할 때마다 사람들이 한결같이 오만상을 찡그리며 불만스러워하는 걸로 보아 ‘저쪽’이 어딘지 모르지만 갈 만한 곳이 못 되거니, 짐작이 되던 것이다. 나는 어찌 해야 좋을지 가늠을 짓지 못했다. 왔다갔다 혼자 서성거리다가 무심결에 멀찍이 서 있던 노인과 마주쳤다. 곁엔 노인을 시중드는 앳된 소년이 있었다.

노인은 흰 두루마기 차림이었는데 두툼한 책을 댓 권 보자기에 싸서 들고 있었다. 아까부터 나를 보고 있은 듯, 은은한 미소가 만면에 번져 있었다. 그윽한 눈빛이 생전의 아버님이었다. 승이 갈린 지 하 오래되어 이제는 희미한 옛 사진같이 기억되는 아버지……. 내 고달픈 삶을 근심하여 꿈에 오셔서 숨을 틔어주시던 아버지가, 나는 꾸벅 머리를 숙였다. 노인은 빙그레 웃으면서 책보따리를 약간 들어 보이고는, 봄날 안개 서린 낮은 목소리로 “이제사 끝냈구나. 지금 가는 길이다.” 끝말 하듯이 내게 대중잡지 못할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시름 다 놓은 꽃처럼 개찰구로 나섰다. 그 저울의 바늘은 까딱도 하지 않았다. 유리 바닥은 환한 빛만 뿜었다. 역무원은 감탄하는 기색이었다. 두 손을 마주 모으고 코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굽혔다. 노인은 미소를 띠우며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따라가는 소년도 흰 두루마기에 서너 권 돼 보이는 책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아버지의 눈에 어렸던 ‘잘 있거라’가 그제사 높새로 뜨면서 가슴이 산불로 번졌다. ‘저 책을 지으시느라 여태 구름 서재에 계셨구나. 아버지…’ 흐느끼는 산불, 나도 모르게 얼음사탕에 온몸이 녹아내렸다.

역무원이 문을 닫았다. 막상 개찰구가 닫혀버리니까 섭섭했다. ‘갈 건지 안 갈 건지 물어는 봐야 할 거 아닌가. 사람이 서 있는데 말 한 마디 없이 개찰을 끝내는 법이 어딨어.’ 이런 생각을 했지만 하릴없었다. 승강장 쪽을 내다보았다. 이미 떠나고, 노인도 흰 기차도 역에는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날아오른 방패연 하나, 새꽃만해진 흰구름 한 송이가 아스라이 아스라이… 하늘로 사그라졌다. 이슬이 맺힌 나는 빈 하늘에 오래 걸려 있었다.

검은색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들어왔다. 연탄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 같았다. 다 어디에 있었을까. 승강장으로 가는 넓은 광장은 순식간에 인파로 메워졌다. 승객들이 열차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죄다 기차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검은 기차는 기세좋게 떠났다. 그때 번개가 치고 뇌성이 울었다. 언뜻, 번개 사이로 작렬하는 기차가 보였다. 분무, 기차에 탄 사람들이 작은 물보라가 되어 일제히 포물선을 그리며 솟아올랐다. 밤하늘에 퍼지는 불꽃같이. 그러나 그들은 하늘로 오르지 못했다. 빛으로 승화되지 않았다. 검고 무거웠다.

잠깐 사이에 하늘은 어둠을 잉태한 물보라 떼로 가려졌다. 시커먼 구름발이 대지로 내려서는 듯하더니 험상궂은 날씨가 역 광장으로 들어섰다. 서슬이 심상찮았다. 역사 안이 어둑해졌다. 음산한 바람기가 스멀거리면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멀리서 들리는, 사람들의 웅얼거림 같은 소리가 바람에 묻어왔다. 스산한, 우~ 하는 대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물보라 떼가 쏟아졌다.

빗방울은 산에 들에 강에 나뭇잎에 양철 지붕에 시멘트 길 위에 흙바닥에 자갈 바닥에 하수도에 떨어져서 빗물이 되었다. 하수도로 못도랑으로 쥐구멍으로 흙 속으로 틈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비집고 숨어들었다. 낮은 데로 낮은 데로 달아나며 몸을 숨기었다. 그들은 다른 이들의 발을 씻어주도록 점지되었던 것이다. 이름 모르는 풀과 길섶에 피는 한 송이 연약한 꽃을 위하여, 매연에 시달리는 가로수의 고달픈 잎을 위하여, 목마른 산새를 위하여, 메마른 흙과 썩지 못하는 시신들을 위하여, 고통받는 모든 이들의 산 목숨을 위하여 송두리째 주어진 것이다.

하늘로 가다가 한 방울의 비로 빚어져 구름역에서 다시 대지로 돌아와야 하는 슬픔을 겪어보기 전에 아는 사람은 없다. 그 괴로움을 골백번이나 반추하며 감내해야 하는지, 살면서 그걸 헤아릴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다.

사람은 영과 육이 헤어지는 날, 몸은 땅에 묻히어 흙이 되고 영혼은 천국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영혼은 하늘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바에 물든 무거운 영혼의 귀천은 허락되지 않는다. 본디의 영혼을 찾는 사람만이 흰빛 구름 기차를 타고 하늘로 가는 영광을 얻는다. 무구한 영혼들이 모여 사는, 색이 없어서 오히려 푸르게만 보이는 저 높은 곳, 사람들이 하늘이라 했다.

 

 

수필인. <월간 에세이>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