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세상 동그란 마음

 

 

                                                                                      이영숙(채홍)

우리는 살아가면서 좋은 일보다 언짢은 일이 더 많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반응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는 어디일까. 아무래도 가슴에 경련이 일면서 목소리가 격해지고 끝내는 낯빛을 바꾸게 된다. 얼굴빛을 벌겋게 하여 상대방에게 불편한 심중을 드러내게 된다. 오죽하면 ‘얼굴색이 변하는 것은 최악의 질병’이라고 히포크라테스는 말했을까.

사람이 자기감정에 충실한 것은 본능이라 하지만, 좀 언짢다고 노골적으로 얼굴빛을 바꿔서야 되겠는가. 그러노라면 당사자의 심중에는 얼마나 많은 독을 품어야 할까. 항간에는 화를 내도 나쁘고 화를 참아도 나쁘다고 한다.

아직 세상 이치를 터득하지 못한 젊은이라든가 선천적으로 다혈질적인 사람은 미미한 일에도 감정이 폭발한다.

말끝마다 시비를 거는 친구가 있다. 말을 섞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잘 되질 않는다. 세상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가슴 가득한 것을 읽을 수 있다. 아무래도 신경정신과에 내원하여 상담을 받아보라고 하고 싶지만 반응이 좋지 않을 것 같아 기회만 보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경계성 인격장애’ 같다고 한다.

시댁과의 갈등이 원인인 것 같다. 그 친구의 감정은 수시로 변한다. 어느 날은 아주 친절했다가도 어느 날은 공격적으로 싸움닭처럼 돌변한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또한 만성적인 공허감을 보이기도 한다. 불안정한 대인관계와 자기정체성의 문제로 인해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밤을 꼴딱 새우기도 하고 낮잠을 며칠씩 자기도 한다고 실토한다. 무엇이 그 친구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단순히 시댁과의 불협화음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일조량이 부족한 장마철엔 멜라토닌이 증가해 기분이 더 우울해지나보다. 그런 날이면 영락없이 내게 전화를 걸어 시시콜콜한 일상사들을 보고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본의 아니게 인생 상담자가 되어 친구의 영혼치료사라도 된 듯, 삐딱한 마음을 잡아주려고 애를 써 본다.

스트레스와 현대생활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신경증환자의 수는 알게 모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살하는 사람들, 치매환자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마음이 약한 사람일수록 그런 늪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이 모두가 현대를 살아내야 하는 마음의 병이다.

신체부위가 고장이 나면 외과적 수술을 하여 고칠 수 있지만 마음을 다치면 치료기간도 오래 걸리거니와 치료법도 애매모호하다. 설령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 일을 끌어안고 오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사람을 미워하는 앙금이 쌓이면 응어리가 굳어버리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인 동시에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도 될 수 있다고 하니, 잘 구슬려서 친구처럼 만드는 수밖에 없겠다.

어리석은 나도 한때는 ‘울혈증’을 끌어안고 살았던 기억이 가슴 저편에 남아 있다. 성격이 어눌해서 또는 느려서 하찮은 말에도 상처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것도 자주 맞닥뜨리는 가족이나 친척들로부터였다.

지금 생각하니 표현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었다. 악의 없이 상대방을 대해도 의사전달이 못 미치면 허사다. 진실은 더디도 드러나는가 보다.

어느 때부턴가 마음을 다부지게 무장을 하고 내게 못질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맞대응을 하여 스트레스 받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요즘은 칭찬화법을 자주 쓴다. 당연히 좋은 화답이 부메랑 되어 돌아오곤 한다. 세월은 고마운 존재다. 웬만한 신경 가는 말을 해도 내 귀는 자꾸 순해지고 있으니. 친구나 친척들이 좀 거친 말을 해도 화가 나지 않으니 아이러니컬하다.

고칠 수 없는 병은 없다. 자신의 마음 의지가 얼마나 굳으냐에 따라서 비법은 있다. 재미없는 일상생활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불필요한 일에 마음을 쓰는 것은 시간만 낭비할 뿐이니까.

다른 사람의 행복이 내 행복만 못하다는 확신을 가져본다. 자신에게 늘 체면을 걸어야 한다`-`‘나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자잘한 신경 가는 일을 미리 걱정하며 살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아픈 마음도 헤아려 줄줄 알아야 하리라.

‘네모난 세상을 동그랗게 볼 줄 알아야겠다.’

영악한 사람들 틈에 서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넌지시 일러준다.

‘사나우면 적이 많고, 너무 순하면 짓밟힌다’고.

 

 

<현대수필>로 등단. 현대수필, 한국수필학회 회원. 안양 화요문학 동인.

수필집 『행복의 바이러스』.

 

 

<현대수필>로 등단. 현대수필, 한국수필학회 회원. 안양 화요문학 동인.

수필집 『행복의 바이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