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중앙선

 

                                                                               윤삼만

황사가 끼어 하늘이 뿌옇더니, 간밤의 비에 씻기어 아침 햇살에 우리 마을은 수채화같이 아름답다. 서진주 인터체인지로 가는 길바닥의 노란 중앙선은 반짝반짝 빛난다.

대부분의 도로엔 노란 금이 있고 농촌의 구석진 길엔 없는 곳도 있지만 복잡한 거리엔 겹으로 그어져 있기도 하다. 전국의 도로에 다 그어놓았으니 그 도료의 양이 얼마나 되며 칠하는 인건비는 또한 얼마나 들었겠는가.

중앙선은 보이는 것도 있고 안 보이는 것도 있으며, 길바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있다. 그것은 내 좌뇌와 우뇌 사이에도 있다. 내가 핸들을 잡으면 모든 것을 내 스스로 결정하여 운전하지만 항상 노란선에 신경을 쓴다. 만약 중앙선을 침범하면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져 나만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도 앗아간다. 중앙선 침범이 운전석에선 잘 보이지 않아, 침범 안했다고 우겨대도 밖에서 보면 환하다. 양심적으로 생각해서, 어쩌다가 이 선을 침범했으면 스스로 범칙금을 내고 반성하는 것이 좋다.

우리 마을에도 불문율인 향약(鄕約)이 있다. 섣달 보름날이 되면, 마을 어른들이 회관에 모여 금년에 있었던 일을 반성하고 새해에 닥칠 일들을 의논한다. 예의범절을 지나치게 벗어나 행동하는 사람들에겐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세거리나 네거리 그리고 그 이상 되는 거리엔 차가 많이 교차하기 때문에 중앙선을 그어놓지 않고 신호등이 있다. 좌회전을 해야 할 곳에 노란선을 그어놓으면 중앙선 침범을 하게 된다. 이것은 공무원이 선량한 백성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셈이 된다. 법규도 한낱 상식에 지나지 않는데, 집행하거나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틀린 것을 맞다고 우겨대는 사람들도 있다.

남녀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기 위하여 드라이브 할 때는 인격을 존중하면서 안전벨트를 매고 방향지시등대로 말을 하며, 말이 빠르면 브레이크를 잡고 화가 나면 정지선에서 멈춘다. 과속이나 끼어들기를 안하고 노란선을 의식하면서 안전운행을 한다. 그러다가 자주 만나게 되면 단점을 감추려고 보호색을 칠하다 보면 노란선까지 마구 칠해 버린다. 이 줄이 희미해지면 중앙선을 예사로 침범하게 되고 정지선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일이 잦으면 버릇이 되어 과속도 하게 되고 신호등이나 중앙선도 무시하며 운전하게 된다. 그 틈새에 폭언이나 폭력의 싹이 트고 서로가 의식 못하는 사이에 무럭무럭 자란다.

이런 만남의 남녀가 결혼하면 운전습관 그대로 운전한다. 자주 교통법을 어기고 노란선을 무시하게 되어 부부싸움이 잦아진다. 가정폭력도 중앙선 침범이 많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고, 서로가 안전수칙대로 운전하면 항상 웃는 얼굴로 재미있는 가정을 꾸려간다.

서로 사귀면서 성격을 다 알고 결혼한다고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구석진 곳에 깊숙이 보호색을 덮어쓰고 있는 것은 볼 수도 없다. 촌수가 없는 사람을 ‘오빠’라고 부를 때부터 이미 노란선은 지워졌다. 고희가 넘도록 아내와 함께 살았어도 성격을 다 알지 못하고 지금도 탐색하면서 행동한다. 그때만 해도 생판 모르는 사람끼리, 한 번 본 일도 없이, 부모의 말만 믿고 따랐기 때문에 성격을 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교통법이나 차의 내부구조와 성능 등을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젊은 기분으로 쌩쌩 달리기고 하고 과속도 했으나 달리는 차들이 적어서 노란 금까지엔 상당한 여유를 두었다. 벚꽃이 활짝 피어 손뼉을 치며 반기기도 했었다.

나이 들면서는 제한 속도를 지키고 그에 따른 운전법을 개발하며, 방향지시등을 켜서 차나 보행자를 배려하며 지금까지 안전운전을 해 왔다. 세상의 온갖 일을 함께 하다 보니 어느듯 아내 아픈 게 먼저 눈에 띄고 눈빛으로 어깨를 톡톡 두들겨주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별로 이 선을 침범한 일이 없었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이란 말이 있듯이, 옛날부터 부부 사이에 중앙선이 있었고 서로 존경했었다. 이 거리는 감정이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에 노란선을 두 겹으로 그어놓았다. 이렇게 해 놓았어도 많이 침범한다. 침범했을 경우엔 딱지가 날아오기 전에 범칙금을 내는 것이 좋고, 그냥 두면 내 얼굴을 대나무에 걸어 동구 밖에 내놓는 격이 된다. 서로 모르고 조금씩 넘나드는 것은 어찌 하랴, 웃어넘길 수밖에. 먼저 웃으면 범칙금이 면제되는 수도 있다고 한다.

말하기조차 쑥스러운데, 개인의 인권이 신장되고 욕망이 분출되면서 부부강간죄가 말이 되어 오간다. 알 만한 사람들의 찬반 양론은 만만치 않다. 노란선이나 정지선을 지키지 않고 운행하는 부부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이나 안전운행을 하는 사람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생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안전운전을 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여 소신껏 방어운전을 하면 항상 가정에 웃음꽃이 피고 이웃끼리도 인정이 넘치며 수채화 같은 마을이 될 것이다.

 

 

전 사천초등학교 교장. 경남 서예대전 초대작가.

<계간 수필>로 등단(200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