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깨비

 

                                                                                    박태선

산책을 하다가 방아깨비를 잡았습니다.

잠자리를 잡을 때마냥 방아깨비를 잡는데도 요령이 있습니다. 우선 살그머니 쪼그려 앉습니다. 그러고선 한 손을 그 놈의 더듬이 앞 저만치 갖다댑니다. 방아깨비의 감각을 그쪽으로 유인해 놓는 것이지요. 다음에는 나머지 한 손으로 뒤쪽에서 냉큼 덮칩니다.

나는 방아깨비를 움켜쥐고 예전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은 것에 대하여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근처에 앉을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제 장난을 해 볼 심산입니다. 어릴 적에는 메뚜기나 방아깨비를 잡아 풀줄기에 줄줄이 꿰어 가지고 놀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방아깨비를 굽는데, 유난히 통통한 배때기가 노르께하게 익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군침을 흘리며 바라보노라니, 그 꽁무니가 피식 하고 터지며 좁쌀 같은 알갱이들이 찔끔찔끔 쏟아져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찜찜한 기분에 방아깨비를 아궁이에 처넣고 말았지만, 그것이 종족보존의 본능 내지는 의지라는 것은 먼 훗날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 맛을 확인하려고 라이터 불에 방아깨비를 구워먹을 수는 없겠지요. 나는 방아를 찧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다리를 꼬고 그 놈의 길다란 뒷다리를 잡았습니다. 녀석은 다리를 쭉 펴더니 몸을 뻗대었습니다. 그러곤 이내 주저앉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조금 있다가 과연 방아깨비는 예의 방아를 찧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참 꺼덕꺼덕 하더니 숨이 차는지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방아를 찧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 가냘픈 다리가 방아를 찧기에는 너무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방아깨비는 시방 나 좋으라고 방아 찧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다!’

철없던 시절에 나는 방아깨비의 더듬이나 날개 한 쪽을 뜯어 불구로 만들어놓기도 했고, 그 놈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서 운동화 발로 짓이기기도 했으며, 불에 간혹 구워먹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방아깨비는 지금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필사의 도주를 하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입니다. 나는 그에 비하면 몸뚱이가 수천 배나 되는 괴물인 셈입니다. 나 자신이 킹콩에게 양쪽 다리가 붙들려 거꾸로 매달려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달아나려고 허공 속을 헤엄치며 몸부림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방아깨비라는 이름은 필시 인간이 붙여준 가증스러운 이름은 아닐까요.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더 이상 방아깨비의 목숨을 담보로 장난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방아깨비는 이내 내 손을 벗어나 날개를 펴더니 풀밭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서강대 영문과 졸업. 번역가.

<계간 수필> 천료.(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