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기

 

 

                                                                                정경희

바람 한 점 없는 뒤꼍에는 온통 비린내가 진동한다.

쇠라도 녹일 것 같은 칠월 한낮. 장마 끝의 태양은 참았던 분노를 왈칵 터뜨리기라도 하는 듯 비닐 슬레이트를 향하여 퍼붓는다. 쉬파리들의 부산한 날갯짓, 왱왱 대는 소리에 귀가 간지럽다. 빨랫줄에는 빨래 대신 조기들이 한 두름씩 엮어져 널려 있다.

마르지 않는 빨래, 조기 몸뚱어리에서는 진물이 흐르고 쉬파리들은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정오의 축제, 그들은 반쯤 벌린 입 속에, 퀭하니 썩어가는 눈 속에, 통통한 살에 알을 낳는다. 하얗고 투명한 알들은 모두 뭉쳐 한통속이 된다. 꿈질꿈질 조기 살을 뜯어먹고 태어난 소름끼치는 생명들, 부화 되는 염치없는 꿈들.

중1 때였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대문을 연 나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코를 킁킁거렸다. 마당에 가득한 생선의 비릿한 냄새. 엄마가 있는 부엌으로 가자 냄새는 더욱 심해졌다. 뒤꼍에는 빨랫줄마다 조기들이 군대처럼 열을 맞춰 널어져 있었다.

나는 엄마가 아침마다 나가서 해질녘에 돌아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광주리 생선 장사를 시작했던 엄마는 조기가 좋아 팔 욕심으로 한 판 받아 말리려고 했다. 냉장고는커녕 아이스박스조차 없던 그때 어쩌자고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장사가 처음인지라 땡볕에 금방 조기가 빨래처럼 끄득끄득 마를 것이라 여겼던 모양이다. 여름 날씨는 습도가 많은 줄 왜 헤아리지 못했는지, 음식마다 달려드는 파리 떼는 왜 생각을 못했는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첫날은 파리가 많이 붙지 않았다. 그 뒷날부터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됐다. 어디서 그렇게 몰려왔는지 온 동네의 파리는 모두 모인 듯했다. 새까맣게 조기에게 들러붙은 파리들은 부지런히 발을 비벼댔다. 고개를 돌려가며 짭짭거리는 파리들을 보니 화가 치밀었다. 급기야 엄마가 모기장을 씌웠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파리들은 조기마다 빠꼼한 구석 하나 없이 알을 슬었다. 이제는 생선 썩어가는 냄새와 파리의 날갯짓 때문에 신경이 거슬렸다. 뒷마당에 다가갈수록 더 역겨웠다.

갑자기 토악질이 났다. 조기의 몸에선 어느새 수십 마리의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조기의 몸을 샅샅이 핥고 있는 구더기들. 벌린 입속에서도, 터진 창자에서도, 멍하게 한물간 눈에서도 구더기들은 꿈을 키우고 있었던 거다.

“엄마! 도대체 이게 뭐야? 다 갖다 버려.”

“아까워서 어쩌냐. 우리라도 골라서 먹어야지.”

아, 그땐 엄마가 왜 이렇게 미련스러운지 눈물이 났다. 끔찍하고 징그러운 광경을 보고 어떻게 그 조기를 먹을 수 있단 말인가.

그 후 조기들이 어떻게 처치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한 마리의 쉬파리였다. 그 뜨겁던 여름날 조기들의 몸에 수없이 알들을 낳았던 염치없는 쉬파리. 스물다섯 해 동안 엄마의 단단한 몸에 주둥이를 박고 달디 단 피를 빨아먹었다. 따스한 엄마의 품안에 내 꿈들을 마구 낳았다. 애벌레로 번데기가 되기까지 엄마를 얼마나 혹사시켰던가. 엄마의 따스한 입김으로 젖은 날개를 말리며 수없이 날아올랐다. 오로지 내가 가진 꿈만을 위하여.

엄마의 몸은 점점 말라갔다. 쉬임없이 피를 빨아대는 아들딸들, 남편의 사랑마저 끊긴 지친 몸. 마침내 조기살 같은 엄마에게선 항상 냄새가 났다. 땀냄새, 갯내음, 질펀한 시장 바닥의 구정물 냄새……. 게다가 세상 사람들의 욕지거리, 한이 한데 어우러진 비릿한 냄새. 그 냄새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도 꿈을 이루기 위해선 참아야 했다.

“너는 잘 가르쳐야 헌단다. 공부만 혀라. 유학까지도 보내 줄 텡께.”

우리 형편에 유학은 당치도 않았다. 대학에 간다 해도 납부금이나 제대로 내고 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니 공부는 해서 무엇 하나 싶고. 그러나 엄마의 그 한 마디가 그나마 버티며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지금에도 가슴이 아픈 것은 수술 후의 엄마 모습이다. 돌아가시기 일 년 전 엄마는 큰 수술을 했다. 옆 병상의 암 걸렸다는 아줌마는 뽀얀 백합 같았는데 뼈만 남은 시커먼 얼굴과 마디 굵은 손을 보니 엄마는 시들어가는 들꽃 같았다.

나는 사촌언니가 잡수고 싶은 것을 사 드시라고 퇴원한 엄마에게 준 오만 원을 용돈으로 썼다. 연탄불 구멍을 열어놓은 채 잠이 들어 비싼 곰국을 밤새 다 태워버린 아침에 맨밥을 물에 말아 먹던 엄마. 속이 아린다. 그 돈을 쓴 것이 지금까지도 목에 가시로 남았다.

그것도 모자라 엄마의 목숨 값도 날 위해 썼다. 오빠들이 장사 그만두고 인제 편히 쉬라는 말에 엄마는 보험료를 내야 하니 안 된다고 했다. 보험료를 내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장사를 하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가해자에게 보상도 받지 못하고 엄마가 꼬박꼬박 부은 보험료 덕분에 적은 보상금이 나왔다. 난 그 보상금의 일부로 결혼을 한 것이다.

엄마의 목숨과 바꾼 돈으로 결혼을 한 딸. 이 얼마나 파렴치한 소행인가. 고생고생하며 대학까지 가르친 엄마에게 돈을 가져다주지는 못할망정 돈을 벌어 시집을 가야 할 터인데 말이다.

나는 엄마의 모든 것을 눈에 띄지 않게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꿈틀거렸던 내 꿈들이 모두 날개를 펼 수 있었겠는가. 한 마디의 불평 없이 온몸을 쉬파리에게 내맡긴 조기, 누렇게 떠가는 엄마의 몸.

자식들은 왜 이리 배고프냐고, 춥냐고, 돈이 없냐고 불평을 한 자씩 늘어놓아도 결코 엄마는 맞장구칠 수 없었다. 배가 고파도 오백 원짜리 국수 한 그릇을 못 사 먹고, 이백 원을 아끼려고 흰고무신을 신고 한 시간 이상 걷기가 일쑤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식은 밥에 풋고추 찍어 먹으며 이제 살겠다며 허리 펴던 엄마.

엄마의 피를 빨며 대학을 마쳤고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집도 장만하여 잘 살건만,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드리고 맛난 것도 해드리고 싶건만…….

이 염치없는 생명, 부끄러운 생명. 그땐 내가 쉬파리인 줄 왜 깨닫지 못하고 미련스런 엄마라고 무시했을까.

‘나는 엄마처럼 자식을 위해 내 인생을 낭비하지 않을 거야’라고 되뇌었던 철부지 막내딸이 어느덧 흰머리가 세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살을 다 발라먹은 눈만 퀭한 조기가 접시에 놓여 있다.

 

 

<에세이 문학>으로 등단(2005년). 수필문학진흥회 회원.

수필집 『내 몸속에는 서랍이 달그락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