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날은 없다

 

 

                                                                                     宣廷垠

토요일 아침 사이클 라이더들을 만났다.

자전거 타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군,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철학하기에 나쁜 날도 아니지, 중얼거렸다. 철학교실에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생각이 이어졌다.

산행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사랑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글쓰기에 나쁜 날은 없다  채플린영화 보기에 나쁜 날은 없다

술 마시기에 나쁜 날은 없다  교회출석을 독려하려 방문하는 목사님을 따돌리기에 나쁜 날은 없다

노여움을 놓아버리기에 나쁜 날은 없다  슬픔을 견뎌내기에 나쁜 날은 없다  

최선을 다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게으름을 피우기에 나쁜 날은 없다

자신의 무능에 관대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총명한 여인을 찬상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베토벤의 황제를 듣기에 나쁜 날은 없다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기에 나쁜 날은 없다

차를 버리고 활개 치며 걷기 시작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우편배달부에게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네기에 나쁜 날은 없다

서른을 넘긴 딸아이에게 결혼 말 안 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아들에게 느닷없는 용돈을 주기에 나쁜 날은 없다

자신의 이기심을 돌아보기에 나쁜 날은 없다  힘든 자를 연민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재즈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에 나쁜 날은 없다  친구를 그리워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기독교신자이면서 절에 가 명상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지족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소외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에  저 밑 깊은 혼돈과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집착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에 나쁜 날은 없다

자신을 용서하기에 나쁜 날은 없다

나쁜 날은 없다.  

 

 

<계간수필>로 등단(2004년).

한국방송인회 이사. 국방홍보원 방송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