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맹자들

 

 

                                                                                우은주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 어머니가 맹자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찾아주기 위해 사는 곳을 세 번 옮겼다는 잘 알려진 고사이다. 맹자가 살던 시대에는 맹자 어머니가 한 행동이 고사로 남을 정도로 특이하고도 대단한 일이었겠지만, 2007년 서울에서는 맹자 어머니가 와 보고 울고 갈 정도로 자식 교육에 열심인 현대판 맹모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유명학원 대기자 명단에 아이를 올려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영어 유아원, 영어 유치원, 방과 후 영어 학원, 축구, 수영, 스피치 학원, 미술 지도, 피아노 레슨, 과학 학원, 역사 탐방 체험 학습, 3년을 기다려야 입학 가능한 독서 스쿨과 수학 학원, 중국어 학원. 엄마들의 정보력은 FBI나 CIA보다 더 뛰어나다.

분당, 또는 목동이나 여의도에서부터 대치동 학원가까지 아이를 실어 나르는 엄마들. 그뿐이랴? 그 많은 기러기 아빠와 기러기 엄마들. 그들이 모두 믿고 있는 것은 맹모삼천지교 고사가 만들어낸 신화이다.

“내가 맹자 어머니처럼 열심히 뒷바라지하면 내 아이도 맹자처럼 큰 인물이 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기대와 소망. 누가 감히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에 손가락질을 할 수 있으랴?

“엄마가 했던 시행착오, 아빠가 당했던 불이익, 너희들은 겪지 말아라. 너희들은 이 엄마, 아빠가 닦아주는 탄탄대로 위를 힘차게 뻗어나가 글로벌 시대를 주름잡는 인물이 되거라.” 눈물겹도록 애절한 부모의 바람이 기러기 행렬을 만들고 자동차 행렬을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의 맹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우리가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학교 수업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야구를 하고 싶다. 그들은 영어 학원에서 내준 문법 숙제를 하기보다는 인기 있는 㰡”메이폴스토리㰡• 만화책을 보고 싶다. 그들은 스피치 학원에서 발성법을 익히는 대신, 친구들과 떠들며 장난을 치고 싶고, 과학 학원에서 하는 실험 실습보다 개미떼들을 쫓아 개미집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일이 더 흥미롭다.

요즈음 아이들 중에는 참으로 영재가 많다. 수학 영재, 언어 영재, 과학 영재, 컴퓨터 영재, 음악 영재. 영재가 많은 것은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좋은 일이지만, 혹시나 어린 마음에 “영재”라는 듣기 좋은 이름이 오히려 속박의 굴레로 작용하지는 않겠는지 걱정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재교육원 입시 요강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어느 영재교육원에 우리 아이가 가면 좋을지 고민에 빠지고, 남편은 명문 외고 입시전략에 대한 책을 사와서 탐독한다.

오늘, 나는 큰아이 영어 학원 설명회에 갔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집에 와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점심을 많이 먹었다. 모두들 나름대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모였고, 또 그 어머니들도 예사로운 가정주부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누구든지 막연하게 자기 자식에 대해서는 공부를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고, 나도 내 아이에 대해 그런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자기 자식이 최고인 것도 아니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어디에나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자기 자식은 그 많은 학생들 중의 하나일 뿐이며,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잘하는 그룹에 끼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런 냉정한 현실은 어머니들을 압박한다.

“이렇게 열심인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우리 아이는,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정말 성공적인 교육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니까 착잡해지는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게다가, 영재나 수재가 있으면 반드시 그 어머니가 조명된다. 오늘 신문에도 어떤 영재 학생을 소개했는데, “이 학생을 과학 영재로 키운 어머니 아무개”라고 하면서 사진이 나와 있었다. 그런 기사를 읽는 평범한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한없는 자기 비관 속으로 빠진다. “내가 변변치 못해 내 아이가 평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을 짊어진 채로 말이다.

이상과 현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특히,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모두 맹자로 자라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즐겁게 뛰놀며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 그들이 푸른 하늘에 대고 그 꿈을 펼칠 수 있다면, 그들은 맹자도, 공자도, 빌 게이츠도 될 필요 없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 그들의 모습 그대로, “사랑스러운 우리의 내일”이다.

 

 

<<계간수필>>로 등단(2006년). 이화여대 영문학과 동 대학원 영문학과 졸업.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립대학교 영문학석사.박사.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버클리) 영문학과 방문 연구원.

현재,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 객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