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도라도를 찾는 사람들

 

 

                                                                                          박상혜

나는 팝송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 듣는 노래가 몇 곡 있다. 4인조 혼성 보컬그룹, 굼베이 댄스 밴드가 부른 <엘도라도>도 그 중의 한 곡이다. 흔히 황금향이란 말로 번역되는 엘도라도는 아마존 유역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황금의 도시’를 의미한다.

16세기 멕시코를 침략한 스페인 장군은 어느 날 인디언에게서 아마존 유역 어딘가에 엘도라도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 후 어딘가에 있을 황금을 찾아 나서는 유럽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스페인어로 ‘엘’은 고향, ‘도라도’는 황금이라는 합성어인 엘도라도의 사전적 의미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어도‘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황금을 찾아 나선 침략자들과 그들의 의해서 희생되는 원주민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엘도라도>의 가사는 우울하다.

엘도라도에는 황금과 꿈이 있어.

현실로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그건 오직 당신의 마음에서일 뿐이지.

황금향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앞길이 쉽지 않음을, 그리고 황금향의 진정한 의미는 그것을 찾아 나선 자의 마음에 있음을 노래하면서도 그들은 또 노래한다.

최근 주변에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젊은 조카 내외도 캐나다로 떠난다고 한다. 굴지의 기업의 중견간부로 세 아이를 두고 행복해 보이던 조카가 이민을 선택한 것은 아이들 교육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 상황에서는 자신의 수입으로 세 아이에게 만족할 만한 교육을 시킬 수도 없고, 교육 내용상으로도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창의적인 교육이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말 설고 물 선 이역만리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그 고생이 만만치 않을 터인데 언니네 부부는 조카의 이민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걱정이 시름으로 시든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행복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발길은 결코 끝난 적이 없다는 <엘도라도>의 노래가사를 생각하면 공연히 나도 우울해진다. 떠나는 자를 지켜보는, 남는 자가 된 기분도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것이 이민인가 보다. 다른 나라를 자신의 나라로 선택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현대사회에서 그만큼,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의 영역이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은 방황의 영역이 될 수도 있지 않는가. 조카는 끝내 말리는 형제의 청을 뿌리치고 이민을 떠났다. 젊은 그들을 상대로 수구초심首丘初心을 말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공항으로 조카 일가를 배웅하러 나가는 날, 내 눈에도 아침부터 물기가 느껴진다. 아주 안 올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영영 다시 못할 곳으로 보내는 기분일까. 그저 무사하라고, 소식 전하라고, 빨리 기반을 잡으라고, 주절대면서 눈물로 배웅하고 돌아섰다. 공들여 키운 자식을 남에게 보내는 심정이 이럴까. 훌쩍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면서 남겨진 우리는 아무 곳에나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조류처럼 들고 나는 사람들의 교차가 공항의 일상을 새삼스럽게 서글프고 낯설게 했다.

마음을 다독이며 일어서려는데 짙은 화장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여인이 다가선다. 아무리 보아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민망한 얼굴로 눈만 껌뻑거리는 내가 답답했던지 상대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제야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아이구, 나야, 나! 인자.”

아득한 기억 속에서 옛 친구의 얼굴 하나가 서서히 떠올랐다. 이 인자. 이름 때문에 넌 아무리 풀려도 언제나 ‘이인자‘일 뿐이라고 놀림을 받던 그 친구, 남편을 따라 투자이민을 가서 미국에서 성공했다고 동창 간에 소문이 파다했던 친구다.

“세상에, 이게 얼마 만이야. 다니러 왔구나?”

나도 그제야 반가움에 주름살이 자글자글한 친구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한바탕 재회의 눈물까지 질금거리고, 의례적인 가족들의 안부를 교환한 후 친구는 말했다.

“나 다니러 온 게 아니라 아주 들어왔어.”

친구는 천부적 사업능력으로 돈은 벌었지만 자식 교육은 참패였다. 선진국이라니까, 미래지향적인 나라니까, 오히려 안심하고 아이들이 세계 일류 석학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선진화된 그 나라가 훨씬 더 위험인자가 산재해 있었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총기류, 향정신성 의약품, 방임적인 자유….

덕분에 아들은 경찰서 출입이 잦아졌고, 딸은 피부색을 달리하는 남자들과 유희를 즐겼다. 보다 못해 친구는 역이민을 왔다 한다.

“그것이 현대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한국이 그리웠어. 나는 한국인이야!”

친구의 퀭한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이역에서의 피로가 그녀의 옷깃에 묻어 있었다.

그녀가 긴 이야기를 말하는 짧은 동안에도 새로운 ‘엘도라도’를 꿈꾸며 비행기는 계속 날고, 공항은 여전히 북적대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어젯밤의 들었던 <엘도라도>의 가사 한 구절을 떠올렸다.

― 만약에 에덴의 문이 완전히 닫혀 버렸다면……

 

 

<<에세이문학>>으로 등단. <<에세이플러스>> 회원

저서 <<산촌아낙 물레짓하듯>> <<달빛 그림자>>.

아화여대 국문과 졸업. 교직 생활 3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