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줍다

 

                                                                                            우선정

매미 울음 따라 옥타브를 높였던 더위가 한 풀 꺾였다.

처서가 지나자, 무더위에 지쳐있던 호박 이파리들이 이제야 살겠다는 듯 고개를 쳐든다. 잉잉거리는 벌떼들의 소리가 먼 이곳까지 들릴 것만 같다.

어느 바지런한 손길이 일궈놓은 야산 중턱의 호박밭.

초록 일색에다가 샛노란 꽃이 만발하여 흡사 별밭처럼 보인다. 맹위를 떨치던 폭염에는 유순한 호박도 별 수 없나보다. 언뜻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고 풀벌레 소리 고와지니 바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이때쯤 시장 모퉁이에는 올망졸망한 호박을 풀어놓고, 땡볕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 할머니 몇 분이 앉아있을 것이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건 그들의 얼굴이나 호박도 마찬가지. 부지깽이의 단속에 걸려든 그들의 모습은 얼마나 다소곳할까.

나무에 열리는 과실이 햇볕을 양껏 들이키고 제 빛깔을 뽐내는 동안, 이 순한 채소는 몸집만 부풀리다 상자에 담겨보지도 못하고 장바구니에 넣어진다. 마트에 진열된 호박은 어릴 때부터 비닐을 맞춰 씌우면 그 형상에 맞게 자란다. 그러기에 크기와 색깔의 진하기가 같아서 가격도 한 가지다.

세월을 거스르며 태어났다면 반짝반짝 비닐 옷단장하고 상자에 고이 눕는 호사를 누릴 것이지만, 오히려 규격화되지 않은 몸을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온기로 자란 맛이, 노지에서 햇볕을 쬐며 고운 울음보 듣고 자란 성정에 비길 수 있을까. 한낮의 열기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반들반들한 모습은 자긍심을 넘어선 오만이다.

그악스럽게 느껴지던 매미소리 만큼이나 텔레비전에서는 성형부작용으로 뜨거운 설전이 오가고 있다. 한결같은 미인들 속에서 개성을 가늠하기 힘들다. 언틀민틀 생긴 호박이 달큰한 걸 보면, 미인에서 열외 되었다고 해서 서운할 일도 아닌 것 같다.

호박꽃은 내 집에서 바라보면 별이 된다. 농익은 햇볕 살라먹어 반짝이는 호박도 이미 별이다. 여름내 깔깔해진 입맛에 호박편수 만들어 살가운 가을맞이 해 볼까.

호박꽃 진자리, 별을 주우러 바구니를 챙긴다.

 

 

200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파주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