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의 전쟁

 

 

                                                                                    권태숙

 

<1장> 안방

 

“퍼벅”

“왜앵”

내 얼굴 위에 유혈이 낭자한 놈의 주검을 둔다는 사실이 끔찍하여 손을 약간 오무려 산 채로 잡으려 했지만 실패다. 그래 또 오기만 해 봐. 이제 모기와의 일전에 독해지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스님들은 몸을 보시한다지만, 나는 수행승이 아니다. 살생유택을 가르친 이도 원광법사였거늘 저 불한당不汗黨이 내 아까운 피를 도둑질하려는 데야 정당방위 아닌가. 이번에야말로 손바닥으로 쳐서 일패도지시켜야지. 안면보다는 팔이나 손에 앉아 주기를 기대하며 왼팔을 가슴 위에 얹고, 무기가 될 손은 쫘악 펴면서 밤의 정막을 깨는 날개짓 소리가 다시 나기를 학수고대한다.

나의 인내력을 시험하느라 적은 쉽사리 도전하지 않는다. 약은 놈! 졸음이 슬슬 유혹한다. 잠들면 안 돼. 가물거리는 의식을 필사적으로 붙잡는다. DMZ를 앞두고 선 보초를 생각한다. 애앵. 그래 어서 와라. 낙하지점을 궁리하느라 뜸을 들이나 보다. 영리한 녀석은 또 면상 위를 택한다. 차알삭. 라이트 훅을 날렸지만 날쌘 방어력을 과시하고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 그렇다면 국면전환, 적극적인 공격태세에 돌입해야 한다. 일어나서 전등스위치를 누른다. 다른 곳으로 나가지 못하게 방문부터 닫고 환해진 방안에서 벽에 붙어 있을지도 모르는 적군을 색출하려 혈안이 된다. 가능하면 살생을 안 하려고 다른 벌레들을 보면 문을 열어 밖으로 내보내는 나도 모기한테는 예외다.

고층을 믿고 무방비상태로 있다 식구모두 피해가 극심했던 이사 온 첫 해, 슈퍼마켓을 뒤져 산 파리채 아니 모기 채를 찾아 든다. 천정부터 벽을 훑어 내려온다. 문갑 옷장 문까지 휘저어 봐도 이미 놈은 잠적해 버렸다.

  

<2장> 베란다 창고

 

지난 밤 요기를 한 탓에 허기증은 가셨네. 26층까지 날아오느라 기력을 다 잃었는데 이 집 방충망 끝에 틈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놈의 소독작업은 왜 그리 자주하는지 아파트 정원에선 쉴 수가 있어야지. 그나저나 오늘은 좀 든든하게 먹어야 알을 낳을 텐데, 이집 사람들은 예민해서 불안하단 말이야. 어제만 해도 기대를 하고 젊은 아들 방에 들어갔다가, 작업개시도 하기 전에 내 소리를 듣고 당장 일어나 일전을 치루려는데 혼비백산해서 도망 나왔지. 그러고는 원수 같은 전자모기향을 피우는데 희망을 버릴 수밖에.

안주인이란 사람도 그래.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피곤할 텐데 그냥 내쳐 자면 오죽 좋아. 두 번씩 깨서 날 놀라게 하더니 나중엔 파리채까지 들고 설칠 게 뭐야. 장롱 위가 워낙 깊고 으슥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지. 그나마 술 마신 남편이 옆에 있어 굶는 일은 면하긴 했는데… 혈중 알콜 농도가 진하면 애기에게 지장이 있을 텐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아이구, 위기일발이었어. 아침에 환기한다고 문 열어 놓았을 때 잘 나왔지. 지금 막 방문 창문 다 닫고 무슨 킬러를 구석구석 뿌려대네, 나 잡으려고. 내가 요렇게 앞 베란다 창고에 숨어 있을 줄은 모를 걸.

 

<3장> 엘리베이터 안

 

“안녕하세요.”

“아, 예. 저기 저 모기.”

모기 때문에 인사를 건성으로 하던 15층 주민이 가리키는 곳은 승강기 위쪽이었다. 키가 큰 사람이면 손이 닿을 정도라 그녀는 나를 보더니 아쉬운 모양이다. 내가 우편물을 들고 치려하니 포로록 더 위로 올라간다. 내가 굼뜬 건지 놈이 잽싼 건지.

“아 글쎄 모기가요 현관문과 기둥 사이 고 좁은 틈에 앉아 있다네요. 친구가 문 열려다가 발견했다는데, 눈높이보다 조금만 높거나 낮은 데 있었으면 못 봤을 거 아닙니까.”

그녀는 모기가 영악하다고 열변을 토한다. 내가 26층까지 날아온다니까 정말이냐고 봤냐고 큰 눈을 더 치켜 뜬다.

“모기약을 사흘간 계속 쳤는데 밤이면 또 나타나서 어디서 들어오나 했어요. 아들이 베란다에서 오는 것 같다고 해서 오늘 아침 일찍 봤더니 방충망 바깥쪽에 모기가 한 마리 붙어 있는 거예요. 근데 그 방충망 끝부분이 벌어져 있었어요.”

말하는 사이 모기는 우리 둘 사이 공간을 물고기처럼 자유로이 유영을 한다. 잡으려면 쏘옥 올라가 버리고, 또 내려와 날고, 마치 우리를 조롱하기라도 하듯이. 그녀가 내린 뒤에도 나는 놈의 행동반경을 주의 깊게 본다. 나를 따라 내리지만은 말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에필로그>

 

약 5 만 년 전에 출현했다는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보다도 아득히 먼 1억년도더 전에 지구상에 나타나서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모기. 수많은 살충제가 그를 위협해도 건재하는 모기. 아니 날로 진화해가는 놈은 어쩜 우리 인간보다 오래 생존할 지도 모른다. 결혼은 물론 선택이고, 자식도 안 낳을 수 있다는 오늘날의 세태를 보면…  2mm도 대문처럼 드나들고 20m 밖에서도 사람의 체취를 맡고 추적하는, 1cm가 겨우 넘는 키를 가지고 26층까지 날아오르는, 그 감동적인 종족보존의 욕구는 어떤 퇴치방법도 무색화 시킬 것이다.

 

 

《계간수필》로 등단 (98년).

전 연서, 서울 성산여중 국어교사.

《四季》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