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초대

 

 

                                                                                    최정자

서울에 사는 남편 친구로부터 우리 부부가 초대를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집트 문명전을 함께 보러가자는 내용이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KTX 특실 왕복 승차권을 사서 보내고 일체의 비용을 다 부담하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파라오와 미라’전이 열리고 있다는 기사를 본 후 가보고 싶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던 참이었다.

남편은 초대에 응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그 친구와는 더러 만나고 자주 연락하며 지내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왜 이런 초대를 했을까. 어쩌면 큰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는 나를 격려하고 남편을 위로해 주려는 뜻이 아닐까? 혼자서 이 생각 저 궁리 하다가 남편에게 가겠다고 했다. 대신 차표는 우리가 끊어 가자고 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아침 일찍 만나기로 했으므로 우리는 전날 갔다. 당일치기는 아무래도 무리일 듯해서다. 만나기로 한 날 아침은 가랑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우리는 박물관 광장에서 만나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 만났지만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인 듯 친밀감이 느껴졌다. 두 부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세크메트 여신이 있는 전시실 입구로 들어섰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에서는 고대 이집트신화에서 등장하는 신과 내세관을 소개하였다. 2부에서는 살아있는 신‘파라오(Pharaoh)’를 다루고 있었다. 파라오는 고대 이집트의 정치적 종교적 최고 통치자를 나타내는 표현이지만 원래는 큰 집이나 성스러운 권좌라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파라오는 인간 아닌 신으로 숭배받았기 때문에 그가 죽으면 육체를 모두 소진하고 영혼으로써 다스린다고 생각했다 한다. 그래서 영원히 산다는 의미로 피라미드를 만들었을까? 이집트는 약 3,000년 동안 170여 명의 파라오가 존재했음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3부에서는 일반백성의 생활상과 유물을, 4부에서는 부장품과 미라가 전시되어 있었다. 따오기로 표현된 토트, 연꽃 그려진 접시. 미라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새삼 고대 이집트의 발달된 문명에 넋을 빼앗겼다. 실재 미라와 내장을 보관했다는 나무 상자를 볼 때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보기에 끔찍한 시신을 천으로 칭칭 감고 그 위에 저리도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았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좀 쉴 겸 영상관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나일 강이 범람하는 모습을 비롯하여 미처 못 보고 지나친 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다음 일정이 있으니 그만 가자고 하여 아쉬움을 남긴 채 그곳을 나와 남산타워로 갔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회전 식당에서 멋진 오찬을 하자고 해서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연무가 커다란 보자기처럼 허공에 펼쳐져 있어서 서울 구경은 못하고 맛있는 점심만 대접받았다.

우리 부부는 내친김에 때마침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노와르 전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그분은 택시로 그곳까지 우리를 데리고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으레 그들도 함께 구경할 줄 알았는데 차에서 내리자, 여기까지가 내 일이라며 남편에게 작별의 악수를 청했다. 조금 뜻밖이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그가 봉투 하나를 내밀더니 거절할 겨를도 없이 손을 흔들며 총총히 걸어갔다. 전혀 팔순을 바라보는 분 같지 않은 날렵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깔끔해 보였다.

덕택에 우리 부부는 르노와르전을 관람하였다. 사실 이집트 문명전과 르노아르전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행복을 그린 화가라는 호칭에 걸맞게 르노와르는‘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라고 한 예술 철학을 갖고 있어서 내가 평소에 아주 좋아하는 화가다. 그 전시회는 굴곡진 세상의 어둠을 뒤로하고 빛과 색채의 화려함을 통해 인간이 누려야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화폭으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집트 문명전을 보면서는 죽음에 대하여 생각을 하였기 때문에 신비하면서도 기분이 무거웠으나 르노와르 전에서는 영혼이 맑게 씻기는 느낌이 들었다.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에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으나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초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알찬 경험과 아름다운 여운은 별로 남아있지 않은 듯하다. 이런 초대를 해 준 그분이야말로 진정 멋쟁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월간 에세이》 천료(1988).전남매일 신문 신춘문예 단편 소설 입선(1961)

전남과학대 객원교수 역임, 광주 여성문학인회 ‘시누대’ 회장 역임.

2004년 광주문학상 수상

수필집 :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이제는 원점》, 《물 흐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