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하나 세워 놓고

 

 

                                                                                            변해명

옛사람들은 땅이라는 공간 위에서만 활동하며 살아가는 것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새와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또 물고기들처럼 물속을 헤엄쳐 다닐 수 있다면 훨씬 자유롭고, 삶에서 더 많은 것들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인간이 누리고 싶은 이상의 세계를 오리는 육지와 물과 하늘을 자유롭게 오가며 초월적 존재로 부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장대 끝에 오리를 앉히고 인간은 자신들의 소망을 오리로 하여금 신에게 전달해 줄 것을 빌었다. 그것이 마을 입구에 세워진 솟대다.

새해가 되면 솟대를 세워 신에게 자신들의 삶을 풍요롭고 평화롭게 지켜주기를 바라던 옛사람들처럼 나도 새해 새날 마음에 솟대 하나 세우고 신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다. 솟대 위에 기러기가 되고, 오리, 까마귀가 되어 내 소망을 하늘에 전하고 싶다. 까마귀는 생각과 기억의 영신으로 모셔지는 영물로 받들어지기도 했으니.

신은 언제나 하늘에 계시고 하늘에서 인간의 삶을 지배함은 물론 나무를 통로로 지하의 세계까지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자연의 온갖 섭리를 관장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들은 그 나무 앞에서 자신의 소원을 빌고, 나의 소원이 무엇인지 분명히 여쭌 증표로 변하지 않는 돌을 나무 앞에 놓아 신으로 하여금 기억하게 하려 했다. 그런 인간의 기원을 신인들 어찌 소홀히 생각하고 넘겨버렸겠는가.

성황 목에 걸린 울긋불긋한 헝겊이며 그 앞에 쌓인 돌들이 그런 사람들의 기원을 지니고 있어 그 앞을 지나가면 침 뱉고 도망치듯 지나가던 어린 날과는 달리 지금은 세상사는 사람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염원들로 보인다.

몽골의 서낭은 초원에 한 그루 빈약한 나무로도 목동의 마음을 잡는다. 쪽빛 헝겊인 하닥이 돌무더기만큼이나 걸려있다.

하늘을 닮은 그 쪽빛은 몽골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하늘빛이다. 그들은 초원을 달리다 말에서 내려, 사람의 안녕뿐 아니라 기르는 가축의 안녕도 함께 신에게 빈다. 이런 몽골의 서낭 아워는 그들이 의지하는 신과의 통로다.

솟대 위의 까마귀는 나를 업고 날아올라 내 영혼을 신에게 맡겨주길 빌어본다. 그러면 신은 내 소원을 들어주기보다 나로 하여금 까마귀 날개 위에 앉아 지상에서 살아가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회상回翔하며 돌아보게 할지도 모른다.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먼저 가르칠지도 모른다. 사람 사는 골짜기 그 계곡마다 아프고, 고달프고 가엾고 소중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도 하고, 춘하추동 자연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동화시키며 자연에 순명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게도 하리라. 그리고 또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스스로 포기하고 자연을 향해 도전하는 어리석은 사람의 모습을 만나게도 하고, 향락과 유혹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그림자와도 만나게 할지도 모른다. 신은 세상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살아온 내게 내 욕망으로 가득 찬 내 소원을 들어주기에 앞서 우리 세상을 내려다보며 그 속에 내가 살고 있음을 보게 할 것이다.

지금껏 눈 먼 까마귀로 살아온 나를 눈뜨게 하고, 세상을 바르게 보고 자신을 돌아보게 할지도 모른다. 그런 신의 안내로 나를 바르게 바라볼 수 있다면 내 일 년은 진정 신의 은총 속에 살아가는 시간이 되리라.

새 아침, 마음에 솟대 하나 세우고 한 마리 오리처럼 신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