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박이문

프로이트는 그의 만년에 “오! 여자들이여! 오! 그녀들은 대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약간 남성쇼비니즘이 풍기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의 질문은 여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져질 수 있는 문제이다. 삶은 무엇이며, 인간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인가? 인생의 문제를 좀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이런 물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삶은 곧 고통이며 그래서 인생은 허망하다는 인식은 인류의 의식을 줄곧 결정적으로 지배해 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허무주의적이자 염세주의적 힌두교 그리고 불교가 그렇고, 현세를 죽은 후에 가게 될 내세에 종속시킨다는 점에서 역시 허무주의인 사상체계인 기독교도 그렇다. 이 점에서는 동아시아의 노장사상과 유교와는 크게 다르다.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사상은 서양의 현대 철학사나 문학사를 통해서 줄곧 강렬한 영향을 미쳐왔다. 17세기 파스칼은, 우리 모두는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줄을 서서 각자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형수라는 식으로 말했고, 19세기 말 현대시의 시성 보들레르는 ‘이곳의 삶은 병원. 여기서 환자들은 제가끔 잠자리를 바꾸고 싶은 욕망에 빠져있다.’라고 썼고, 자기는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고 좋다!’라고 덧붙였다. 한때 목사가 되고자 했던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딱지 표를 붙였다. 또한 ‘모든 인간은 신神이 되기를 꿈꾼다.’라고 쓴 행동주의 소설가 말로의 잠언, ‘인간은 의미도 없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이다.’라는 표현과 아울러 ‘대자對自 즉 주체인 동시에 즉자卽自, 즉 대상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욕망을 가졌다는 사르트르의 인간관, 카뮈의 ‘근본적으로 부조리한 인간관’ 등 모두는 각각 나름대로 인간과 인생에 관한 어느 한 면의 정곡을 찌르는 진리라고 인정한다면, 2차 대전 후 프랑스로 귀화한 루마니아 출신인 철학적 에세이스트 E. M. 씨오랑의 《태어났음의 불편스러움에 관하여》라는 책의 제목은 각별히 사르트르의 ‘잉여인간 de trop’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인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 특히 인간 욕망 속에 내재해 있는 근본적 갈등에 주의를 끄는 말들이다.     

그것은 내가 50년대 젊었을 때도 그랬지만 현재 80이 넘은 나이에도 불고하고 아직도 위와 같은 많은 과거의 철학자 및 시인들, 오늘의 젊은 세대들과 더불어 ‘인간으로 살아가는 거북함’과 실존적 불안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생각해본다. 거기에는 젊은이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허무주의적이고 염세적이며, 세상과 인생에 냉소적인 동시에 반항적인 태도가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 제목이 직설적으로 말해주듯이 이 책에서 우리는 작가의 19세기 말 유럽의 젊은 세대에 선풍을 일으켰던 쇼펜하우어의 허무주의적인 세계관과 20세기 중반 전 세계의 젊은 세대에 폭풍을 일으켰던 사르트르의 허무주의적인 세계관과 염세적인 인생관을 함께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80이 넘어서도 내가 《태어났음의 불편스러움에 관해서》라는 책의 제목에 강렬하게 끌리고, 그 저자의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부끄럽게도 내가 아직도 깨달음을 얻지 못한 미숙한 늙은이임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의 유명한 철학 에세이집 《시지프스의 신화》의 모두에 소설가 카뮈가 다음과 같은 말을 썼던 것은 그가 유치해서였을까? 그의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그 밖에, 세계가 3차원으로 되어 있느냐 어떤가, 이성의 범주가 아홉 가지인가 열두 가지인가 하는 문제는 그 다음의 일이다.’ 카뮈의 말은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프로이트가 묻는 대로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우리는 알고 있는가?  옳게, 그리고 뜻있게 살고자 하면 그럴수록 힘이 들고 어렵다. 들뜬 시대, 들뜬 세상에서 모두가 얼렁뚱땅 떠들썩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프로이트와 함께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스턴,  시몬스 대학 및 포항공대 명예교수, 철학박사.

저서 《논어의 논리》,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  등 70여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