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

 

≪계간수필≫의 위상

 

                                                                                 김형진

≪계간수필≫이 창간된 지 15년이 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하고도 반 10년이 지났는데도 계간수필은 별로 변한 게 없다. 표지의 모양이 바뀌고, 페이지가 조금 늘어나고 발행인이 몇 차례 바뀌긴 했지만 본모습은 별로 변한 게 없다.

≪계간수필≫은 ‘수필문우회’에서 발간하는 순수수필문학잡지이다. 1981년 당시 수필문단의 중견작가 중 ‘한국수필의 위상과 수준을 높이고 이론을 탐구하여 비평 풍토를 조성’해야 할 필요성에 동감한 분들이 문우회를 결성하여 그 취지를 구현하기 위하여 수필문학 세미나, ≪한국현대수필선집≫ 발간, 회원작품 합평 등을 해오다가 1995년 보다 적극적인 구현수단으로 창간하게 된 수필잡지이다.

잡지를 발간한 뒤부터 작고한 유명작가들의 작품합평을 통한 비평의 풍토 조성과 신인추천제 도입을 통한 신예작가 발굴에 힘썼다. 합평 결과는 잡지에 게재함은 물론 2005년에는 이를 취합하여 ≪도마에 올린 수필들≫Ⅰ·Ⅱ 권을 발간하였으며 엄격한 신인추천을 통하여 48 명의 신예작가를 배출하였다. 추천 신인들은 1999년 ‘계간수필 동인회’를 결성하여 지금까지 활발한 동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2004년부터 2007년 사이에 무려 16회의 수필아카데미를 개최하여 한국 수필문학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15년 동안 안팎으로 수월찮은 활동을 해왔음에도 그때나 이제나 ≪계간수필≫의 모습은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인다. 그것은 겉치장 위주의 천속賤俗을 거부하고, 속 단속에 의한 품격을 중시하는 자세가 ≪계간수필≫의 위상을 떠받치는 지주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분주하여 내면 살피기를 귀찮아하는 요즈음 세상에 굳이 속 단속에 의한 품격으로 일관하고자 함은 자칫 겉치장 위주의 천속에 물들기 쉬운 수필에 바른 길을 시사示唆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얻어진 노태老態 이미지와 안일한 자세는 ≪계간수필≫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수필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숙고해 보았을 문제가 수필문학이 제 위상에 맞는 대우를 받고 있느냐, 일 것이다. 수필문학의 질적 제고를 위해 골몰하는 작가들이 있고, 수필의 문학적 위상 높이기에 전념하는 잡지들이 있는데도 수필은 아직도 한국문단에서 잡문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 원인을 따져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은 실재하는 수필의 모습을 제대로 알리는 데 있다. 우선 대학교 국문학과에 수필문학에 대한 과목을 복원하는 일,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에 수필 장르를 빠뜨리지 않는 일들이 시급하다.

이는 한국수필문학 발전에 기여하는 저명한 작가들과 수필문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수필잡지들이 진정성을 갖고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이 일에 앞장설 때 ≪계간수필≫의 위상이 보다 뚜렷해질 것이다.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