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뒤에 숨은 눈물

 

홍애자

 

호텔 뷔페 장은 만석이었다. 저마다 부모님과 함께 한 자손들의 모습들로 북적인다. 브런치라는 브랜드로 서구의 식문화를 수입한 이벤트가 성시를 이루고 있다.

아이들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는 여유로운 어버이날의 의미가 담긴 자리를 마련한 사위가 고맙기만 하다. 뷔페 장엔 저마다 평소 부모님께 다 하지 못한 효심의 마음을 최대한 전달 하고자 애씀이 역역하다. 이곳저곳에서 왁자한 웃음이 사방으로 날아다닌다.

순간 콧날이 시큰해진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저희들 생활에도 동분서주 힘이 들고 부모 때문에 어쩌면 어깨가 무겁고 부담스러울 텐데도 신경을 써 주는 사위의 마음이 고맙기만 하다.

아이들이 안겨주던 환희와 꿈같은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지고 성인이 된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을 가꾸며 제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옛 우리의 모습으로 닮아가고 있다. 계절의 꽃과 나무들, 그 모양새가 각각이듯 아이들 삶의 그릇도 여러 모양인 것을 바라보며 우리 내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교회에서 독거노인이 거처하는 곳을 찾은 적이 있다. 과연 우리네가 방문하여 그분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고 한순간 찾아가 위로하고 격려한들 그분들의 고적함과 삶에 작은 기쁨이나마 될까싶으면서도.

노인들은 함박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이곳을 찾아주는 이가 많지 않은 듯 여간 반기는 게 아니다. 저마다 바쁜 생활을 보내며 타인의 마음을 보듬어주기가 힘든 세태에 자식인들 나무랄 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나또한 부모님이 외로우실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부모님께 받는 기쁨에만 매달려 스스로를 챙기기에만 바빴던 것 같다.

점점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자손들에게 기쁨보다 눈물 흘리는 날들이 더 많았을 부모님. 자신들의 실수는 덮어주기를 바라면서 그분들의 작은 실수는 용납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시리고 외로운 날들이 많았을 어르신들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 온다.

모두 이런 마음일까. 우리 일행은 눈시울을 붉히고 돌아섰다. 그분들도 자녀들이 있을 것인데 어찌 이런 곳에서 독거하고 있을까. 옛 고려장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메어왔다. 그 시절엔 식솔들에게 먹일 것이 없어서라지만 현대에서 일어나는 부모 박대는 어디에서 기인된 것일까. 깊은 주름 속에 외로움과 서글픔을 감추고 환하게 웃어주는 그분들의 미소를 가슴으로 가득 받아 안았다.

부모님이 웃는 모습을 보면서 자녀들은 마음을 놓는다. 그 웃음 뒤에 숨은 눈물은 보지 못하는 자녀들. 이따금 지하철이나 버스 속에서 어르신네들을 만날 때마다 얼굴에서 고뇌의 터널을 지나온 세월의 이야기를 듣는다. 깊이 패인 주름, 생기가 가신 눈동자, 허물어진 볼에 세월의 덧없음이 보인다. 저분의 자녀는 어떤 사람일까, 노구를 이끌고 다니는 부모님의 모습을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언젠가는 우리도 쇠잔해질 것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부모처럼 아이들도 그런 모습이 될 것이다. 웃음 뒤에 숨어있는 눈물, 그 눈물을 받아먹고 지금의 이 자리에 서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위가 내 손을 덥석 잡는다. “저쪽에 어머니 좋아하시는 게가 있어요.” 사위와 손을 잡고 게를 잡으러 간다.

 

 

수필문학진흥회 부회장, 에세이21 기획위원, 현대수필 이사.

산문집 ≪쟤들이 내 딸이에요≫ 수필집 ≪뒷모습의 대화들≫.

서초문학상(2007)·남한강 문학상(2010)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