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료 소감|

 

열병

 

고국을 떠난 지도 어느덧 20년이 되어갑니다. 아직도 고향의 이미지를 담은 원색의 꽃들을 보거나 사각거리는 낙엽을 밟을 때마다 향수병이 도지고 마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나 봅니다. 아마도 문학에 대한 열병은 새색시가 되어 이국 땅에 첫 발을 내디딘 90년도부터 심해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딘가에 희로애락의 감정덩이를 토해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수시로 자판을 두드리며 나만의 비밀 방에 마음을 남긴 후 잠이 들곤 했었습니다. 현실에 허둥대는 삶이 고달파 조금씩 지쳐갈 무렵, 스스로를 위로하느라 써 본 부끄러운 글들이 작년의 초회 추천에 이어 일년이 지난 올해 추천 완료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한 여름날의 시원한 냉수와도 같습니다.

부족한 저의 글에 마음을 담아 관심 있게 읽어 주신 계간수필 편집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여러 차례의 강의를 통해 시詩의 세계로 초대해 주시고 문학文學의 길을 열어주신 뉴욕의 시인 김송희 선생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제 겨우 갓난아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오늘은 뒤뜰을 걸으며 추천 완료의 기쁨 너머에 오히려 성큼 다가선 두려움과 부끄러움의 이유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오늘부터 큰 빚을 하나 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맑고 따뜻한 글로써 세상에 대한 빚 갚기를 천천히 시작하려고 합니다.

 

 

황정숙

 

뉴저지 럿거스주립대학 교육대학원 한국어교원양성과정 수료.

2010년 미동부한국문인협회 신인작가상 수상 (수필부문).

재미한국학교동북부지역협의회 임원, 재미한국학교 교사협의회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