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습관에 대하여

 

김미경

 

시계바늘이 12시를 가리킬 즈음 가게에 들어서는 푸른 눈의 은발인 할머니가 있다. 그녀의 쇼핑리스트는 벌써 크리스마스를 위해 빼곡히 차 있다. 그녀는 언젠가 그녀가 원하던 물건을 사려고 하다가 도저히 금액을 맞출 수가 없자 몇 주를 두고 조금씩 갚아 나가는 lay buy라는 것으로 샀었다. 그 이후 얼굴을 익혔는지 오다가다 들러서 눈인사를 한다. 올해 90세가 되었다는 그녀는 만나면 늘 몇 시냐고 묻는데 시력이 나빠져서 시계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제는 그녀와 소소한 일상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사람들의 쇼핑하는 습관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돈을 생각 없이 쓰는지 되묻게 된다. 가게로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나라마다 특색이 있다. 호주인들은 물건구매를 할 때 맨 처음 본 물건은 처음부터 덥석 사지 않는다. 몇 번 관찰하고 꼼꼼히 살핀 후에야 사기 때문에 구경만 하고 간다고 해도 허술하게 대하면 안 된다. 맨 처음 그렇게 어렵게 대면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정말 단골손님이 되어서 오래도록 인연이 되기도 한다. 물건 값이 모자랄 때에도 깎아 달라는 소리를 하기보다는 다음에 산다고 돌아선다. 이쪽에서 깎아줄 테니 가져가라 하면 몇 불 깎아주는 것에도 정말 고맙다는 소리가 입에 붙는다.

중국이나 인도인들은 이민자라는 생각이 여지없이 든다. 무조건 깎으려는 행동이 거부감을 넘어 왜 그럴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우리들이 흔히 우수리를 떼어달라고 흥정하는 것이 선을 넘지 않으면 귀엽게 보이기도 하건만 그네들의 행동에서 어이없을 때가 많다. 중국인 아줌마들은 부르는 값에 턱 하니 반을 뚝 잘라서 흥정을 하며 떼를 쓰기도 한다. 가끔 너무 행색도 초라해 보여서 가격을 깎아주고 나면 셈을 하려고 꺼낸 지갑 속에 파란 100불짜리 지폐가 가득한 것을 보게 된다. 지갑 속에 돈이 가득 있으면서도 깎는 것을 재미로 여기고 제값을 주고 사면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그와는 다르게 인도인들은 정말로 돈이 없는지, 물건 하나를 사도 그냥 사는 법이 없고 깎고 또 깎고, 보고 또 보고 보통 대여섯 번 관찰하고 나서야 물건을 산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라서 남의 것에 탐내지 않는다. 그네들이 삶을 풀어갈 때 악착을 떨며 살기보다 갖고 싶은 것을 욕심내기보다 정말 갖고 싶다는 것을 그렇게 소망하는 모습으로 보여질 때 차라리 아름답게 보였다. 인도인들에게 성녀로 추앙받는 마더 테레사가 돌아보니, 길을 사이에 두고 으리으리한 저택에 사는 사람들을 보는, 길 건너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을 원수나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잘 살고 못 사는 것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는 그네들의 순수가 이곳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성격적으로도 다혈질인 중동계열 사람들은 그들 모습처럼 물건 살 때도 화끈하다. 멋 부리는 거 좋아하고 화려한 거 좋아하는 그들은 잘생긴 그들 모습처럼 그대로 어울리며 멋지다. 그렇게 나라마다 쇼핑습관에 이해하고 나니까 그들이 질리게 하는 습관이 나름대로 이해되어서 괜찮다. 정말로 더는 안 될 때는 나도 사정을 한다. 깎아주고 싶은데 못해줘서 미안하다 하고 웃으면 또 그렇게 넘어가고 만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인들의 쇼핑모습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기분대로 사고 쉽게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선물에 담긴 마음보다는 값에 우선하고 포장에 신경을 쓴다. 큰 가게 가서는 제 값을 다 주고 사면서 작은 가게 와서는 오히려 더 깎기도 한다. 같은 값이면 동포들 가게에 가서 사고 동포가게 주인은 찾아오는 동포 손님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할인판매를 많이 하다 보니 벌써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 두는 할머니들이 많다. 수첩에 꼼꼼히 적은 목록들을 표시해 두고 물건을 사는데 크리스마스 때 외국의 친지한테 보낼 물건이라며 미리 한 가지씩 준비해 두는 거였다. 작은 선물 하나라도 일일이 챙기고 하느라 비싼 것은 못하지만 일년 내내 선물을 준비하는 셈이다.

우리는 크고 모양 나는 것에 비중을 두다 보니 자연히 겉치레 마음에서 선물을 고르게 되고 겉치레하는 마음으로 사람에게도 대하게 된 것은 아닐까.

지갑을 열며 셈을 하는 그들의 손길을 보면서 새삼 그동안 나의 쇼핑 습관을 되돌아보게 된다.

 

 

호주 이민(1998년).

≪문학시대≫(2009년)로 등단.

호주문학협회 수필분과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