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료 소감|

 

가을 공원을 걸으며

 

이양선

 

공원을 걷습니다. 나무에도 땅위에도 늦가을 서정이 아름답습니다. 저마다의 색을 지닌 낙엽들이 순간 제 눈에는 글을 쓰는 문인들로 보입니다, 자신만의 색으로 거듭나기 위해 견뎌왔을 시간을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겨우내 눈보라를 온 몸으로 견디면서 땅 속의 물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겠지요. 찬란한 봄의 약동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연초록 잎으로 세상과 마주했을 것입니다. 햇볕을 고루 받아 튼실하게 여물고 싶으나 폭우와 태풍과 가뭄은 번갈아가며 훼방을 놓았을 것입니다.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듯.

뿐만이 아닐 겁니다. 때 아닌 우박에 벼랑 끝으로 내몰릴 때라고 왜 없었겠어요. 이슬과 찬 서리에도 의연하게 참는 법을 배웠을 것입니다. 모래를 머금고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조개만이 아름다운 진주를 품어낼 수 있듯, 그런 시간들이 숙성되어 비로소 저리 고운 빛깔로 우러났으리라 여깁니다.

붉디붉은 단풍잎 말고도 연황색을 띤 이팝나무 잎, 잎맥이 굵은 홍시 빛 감잎 등 저 다양한 색 중에 저는 앞으로 어떤 빛깔을 지니게 될지 자못 궁금합니다. 저만의 빛깔이 우러날 수 있게 잎눈을 틔워주신 ≪계간수필≫에 감사드립니다.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2008)

≪수필과 비평≫ 신인상(2010)